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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지수
15년 동안 직업 없이 살아온 ‘백수의 달인’이 여기 있소
제 837 호    발행일 : 2011.09.30 
전국백수연합·독도쿠키사업단 주덕한 대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수’라 하면 파란 트레이닝복 차림에 하루 종일 만화방과 PC방을 전전하는 사람을 떠올렸지만 요즘은 20대 중 열에 서넛은 백수다. 옆집 오빠도 앞집 누나도 모두 백수다. 바야흐로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 백수생활 15년차에 접어드는 백수의 달인이 있다. 흔한 백수들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웬만한 기업체 사장님들 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백수, ‘전국백수연대’의 주덕한 대표를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만났다.

  “왜 백수냐고요? 우리끼리 실제로 쓰는 말이니까요”

 도대체 전국백수연대의 정체가 뭘까? 주 씨는 97년 백수 생활을 담은 책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을 출간하면서 ‘백수 전문가’로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고정 게스트로 발탁됐다. 당시 DJ였던 이적이 삐삐번호를 공개해 오프라인 백수 모임을 제안했는데 이를 계기로 50명 규모의 전국백수연대가 처음 결성됐다. 이름은 조금 우습지만 전국백수연대는 서울시에 정식 등록된 어엿한 민간단체(NGO)다. 백수연대에서 운영하는 다음 카페 '백수회관(cafe.daum.net/backsuhall)' 회원 수는 1만 5000명을 훌쩍 넘었다.

 “물론 이름을 전국실업자연대나 전국취업준비생연대라고 지을 수도 있었지만 그냥 백수라는 말이 좋아요. 우리들끼리 진짜 쓰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백수라는 말이 정감 있지 않나요?”

  “다케시마 쿠키가 있다는 말에 그럼 우리는 독도 쿠키를 만들자고 했죠”

 전국백수연대말고도 그가 맡고 있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독도쿠키사업단’이 그것이다. 전국백수연대 회원들끼리 취업이 안 되니 아예 창업을 하자며 세운 회사이다. 일본에서 다케시마 과자를 만들어 어린 학생들과 관광객에게 판다는 말을 듣고 발끈한 주 씨는 독도쿠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업공모전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그러나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청의 도움으로 2009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고 그 해 11월이 돼서야 완성품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아직은 생산기반을 갖추는 단계에요. 그래도 올 여름에는 울릉도에 열 곳의 영업점이 생겼고 소셜 커머스와 연계해서 쿠키세트를 팔고 있어요. 혹여나 백수들이 만든다고 사람들이 꺼려할까봐 품질이나 포장에 엄청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실업문제는 개인 무능력 아닌 사회구조 문제라고 생각해요”

 주 씨는 사람들이 IMF때만 해도 이 고비만 넘기면 실업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무리 능력 있는 정치가가 나타나도 실업문제는 완벽하게 풀 수 없는 문제가 됐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실업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가 기초수급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공공근로제를 실시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그리고 청년실업만 강조되는 것도 옳지 않아요. 실업문제는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 걸친 문제입니다. 모든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하죠.”

  “말만 백수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요”

 주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백수이다. 이전에는 주로 다음 카페 운영이 주 업무였지만 지금은 언론사 인터뷰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만남 등 대외 활동이 늘고 있다.

“이런 말하면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정말 바빠요. 하루에 서너건 약속은 기본이에요.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가끔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이 생겨서 백수생활 15년 만에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그는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나라의 백수들과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백수 생활 초기에는 단돈 6만원으로 무려 15일 동안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일본의 백수연대인 ‘다메넨(안 풀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학교 은사님의 도움으로 비행기 티켓과 기차요금을 마련하고 일본 백수 친구의 집에서 지내면서 일본 백수들의 삶을 관찰하고 일본 정부의 취업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주 씨는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백수 경험을 살려 백수 중에서도 더 취약한 그룹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 백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백수에도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무턱대고 백수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부류와 백수를 즐기는 부류. 이왕 백수가 됐으면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청년 백수들은 문화생활을 즐기고 연애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흔히 말하는 잉여인간 말고요”

민지수 기자 bebec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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