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관에서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는 한 끼의 식사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 학생들의 입맛과 영양 섭취를 고려해 메뉴를 정하고, 식재료를 준비하는 일부터 위생과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이 모두 한 끼의 식사에 담긴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학생들의 한 끼를 만들어가는 이재영(식품영양학과卒·92) 영양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대학교 학생생활관 본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재영 영양사입니다. 1996년부터 영양사로 일해 왔으니, 올해로 30년이 넘었네요. 저는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1회 졸업생이기도 한데요. 모교인 충북대학교로 돌아와 학생생활관 식당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24년이 됐습니다.
Q. 영양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학교급식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대기업들도 단체급식 사업에 하나둘 진출하기 시작하던 때였고요. 당시에는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분야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졸업한 뒤에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비교적 다양하다는 점도 영양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Q. 영양사님께서 식단을 짜실 때 가장 고려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생은 영양 섭취 기준으로 보면 일반 성인과 비슷하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취향은 중고등학생과 비슷한 부분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영양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구성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연령과 활동량에 따른 영양 섭취 기준을 살펴보고요. 여기에 식재료의 단가와 수급 상황, 조리 인력과 조리 기구 같은 조리 여건, 학생들의 음식 취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식단을 짜고 있어요. 생활관 식당은 자율 배식 방식이잖아요. 아무리 영양적으로 좋은 음식이라도 학생들이 식판에 담지 않으면 실제 영양 섭취로 이어지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같은 영양 성분을 가진 식재료라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조리법으로 만들어 제공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전통적인 나물 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다양한 샐러드류를 제공해 채소를 좀 더 편하게, 각자의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Q. 식단 작성 외에도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양사님의 일과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출근하면 먼저 전날 저녁 배식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아침 배식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요. 그다음에는 들어온 식자재를 검수하고 전날 남은 재고도 확인하면서, 다음 날 필요한 식자재의 발주량을 조정해요.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 각종 조리 기구도 빠짐없이 점검하고요. 조리가 시작되면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살펴보고, 그에 필요한 관련 서류도 작성해요. 점심 배식을 마친 뒤 오후에는 식단과 조리 방법을 작성하고, 소모품이나 세제류 등을 확인해 필요한 물품을 주문해요. 그 밖에도 조리원 근무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에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등록하는 일을 해요. 산업 안전 관련 업무나 조리원 교육도 맡고 있고요. 저녁에는 조리와 배식 과정까지 확인한 뒤에야 하루 업무를 마무리해요.
Q. 오랜 시간 영양사로서 학생들을 만나오셨는데, 세대가 바뀌면서 느끼셨던 세대별 학생들의 특징이나 차이점이 있으신가요?
요즘 학생들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혼자 밥을 먹는 학생이 무척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혼자 먹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학생이 많았거든요. 팬데믹 이후에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이상 낯설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 많아진 만큼 식사하면서 휴대전화를 보는 학생도 많아졌고요. 그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소불고기나 닭다리 구이 같은 고기반찬을 좋아한다는 점은 여전히 똑같더라고요.
Q. 우리 대학 동문 선배이신 영양사님의 재학 시절 학식은 어땠나요? 지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나 메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신입생이었을 때는 학식 메뉴로 나오던 떡볶이, 자장면, 라면을 400~500원이면 먹을 수 있었어요. 또 제1학생회관 1층 식당의 백반은 700원으로,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지금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 당시 밖에서 사 먹던 가격도 저렴해 보이지만요. 커피도 요즘처럼 화려한 카페들이 있던 게 아니라, 100~150원짜리 자판기 커피만 있었어요. 그래서 더운 여름날이면 350원 하는 레쓰비 캔커피를 사 주는 사람이 최고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죠. 생각하면 웃음이 나네요.
Q. 영양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우신 순간과 가장 뿌듯하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어려운 순간은 식재료를 발주했는데 원하는 물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거나, 품질에 문제가 생겨 업체와 조율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또 조리원 선생님들이 작업하시다가 다치는 일이 생기면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요. 반대로 가장 뿌듯할 때는 학생들이 식사를 마친 뒤에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말해 주거나 엄지를 척 들어줄 때예요. 특히 학기 말에 학생들이 “그동안 맛있는 식사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 주면, 그때는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Q. 영양사라는 직업을 통해 가지시게 된 ‘영양사적 모먼트’가 있으신가요?
제가 영양사로 일하다 보니 평소에도 “무엇을 먹어야 건강에 좋아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영양사의 시선으로 답하게 되더라고요. 무엇을 더 챙겨 먹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덜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요. 당류나 나트륨처럼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은 성분을 줄이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죠.
Q. 그렇다면 영양사님께서도 평소 식사하실 때 당과 나트륨 섭취량을 신경 써서 챙겨 드시는 편인가요? 평소에는 식사를 어떻게 챙겨 드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도 권장량을 정확하게 지키지는 못해요. 다만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당분이 든 음료는 전혀 마시지 않고, 케이크나 과자도 거의 먹지 않는 편이에요.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간을 싱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트륨이 많이 든 국물 요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어묵이나 전을 먹을 때도 간장 소스는 따로 찍어 먹지 않아요. 이렇게 싱겁게 먹다 보면 식품이 가진 고유의 맛을 좀 더 찬찬히 음미하게 되더라고요.
Q. 요즘은 콩고기 같은 대체육이나 고기 대신 두부를 활용한 식단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영양사님께서는 이런 식단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숙사 식당 메뉴로 도입하실 생각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대체육이 육류 소비를 줄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다만 급식 현장에서 쓰는 대체육 제품은 일반 육류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거든요. 또 제품에 따라 나트륨이나 당류, 유지류 등이 많이 들어 있을 수도 있어서 영양 성분과 원재료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 생활관 식당에서는 비용과 영양 성분, 학생들의 음식 취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체육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두부나 콩류처럼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을 활용해 메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기숙사 식당에서는 매일 식사를 제공하다 보니 잔반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잔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양사님께서 별도로 신경 쓰거나 노력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생활관에서는 식사할 인원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해요. 또 필요한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나눠 조리하는 ‘시차 조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배식 후 남는 음식인 ‘잔식’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거죠. 학생들이 먹고 남기는 잔반을 줄이기 위해서는 ‘먹을 만큼만 가져가기’ 같은 안내문을 붙여 두고 꾸준히 안내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안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도 있어서, 잔반을 줄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학생들을 보면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는 경우도 있지만, 국 한 그릇 정도 되는 양을 남기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각자 먹을 만큼만 가져가고, 일단 가져간 음식은 가급적 남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주면 좋겠어요. 또 바닥에 떨어뜨린 수저는 스스로 줍고, 사용한 의자는 제자리에 넣어 주는 작은 실천도 부탁드려요. 이런 사소한 일들을 함께 실천하면서 식당을 더 말끔하고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학생들도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김예은 기자
yeeunhh@chungbuk.ac.kr










김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