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경기장에서 <2011 천지진동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2,011명의 연주자들이 김덕수 단장의 지휘에 따라 사물놀이 연주를 했다. 이번 연주의 출연인원은 2,011명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기네스 신기록을 세웠다. 이 페스티벌에 충북지역 대표로 참가한 ‘씨알누리’의 단원 서명석 씨를 만났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페스티벌이었어요. 한국전통연희 충북지부에서 40명을 모집했고, 그간 함께 사물놀이를 했던 사람들을 모아 페스티벌에 참석했죠.”
‘씨알누리’는 백성이라는 의미의 고어 ‘씨알’과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누리’를 합쳐 만든 말로,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풍물로 실현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말이다. 씨알누리는 공연 뿐 아니라 여름과 겨울에는 학습당과 풍물학교를 열어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풍물 교육을 한다. 그는 어떻게 해서 ‘씨알누리’에 입단하게 됐을까.
“사실 저는 공대생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자동차 정비사가 꿈이었죠. 그래도 풍물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어요. 소심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대학생이 돼서 학교 풍물패를 찾아갔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풍물에 대한 열정은 커져갔다. 그는 풍물패에 대해 알아보고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그만뒀다. 풍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전북 출신인 그는 자신과 풍물에 대한 생각이 맞는 ‘씨알누리’를 찾아 혈혈단신으로 청주로 왔다.
“부모님께서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냐고 물으셨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청주에서 잘 살고 있다’라는 말뿐이었어요. 종종 ‘막노동’을 했어요. 학습단원으로 있으면서는 돈을 벌 수 없었으니 했던 일이죠.”
씨알누리의 단원이 된지 올해로 벌써 9년째다. 현재는 씨알누리의 공연과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그에게 그 동안의 추억들을 들어봤다.
“학생들이 방학 때마다 찾아오지만, 이끌려 오는 학생들도 많아요. 처음에는 하기 싫어하고 풍물을 알려줘도 시큰둥하죠. 하지만 일주일 동안 합숙을 하고 마지막 날 발표를 하고 나면 모두들 표정이 달라져 있어요. 저에게 먼저 다가와 ‘내년에도 올래요’라고 약속을 하죠.”
많은 학생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풍물학교를 찾는다. 하지만 풍물학교에 와서 풍물만을 배우고 가는 것은 아니다.
“서양 음악은 하나의 악기만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풍물은 다르죠. 장구를 제외하고는 소음이에요. 세 가지 이상의 악기가 모이고 세 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게 우리의 음악이에요.”
풍물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연주를 하는 만큼 마음이 통해야만 좋은 소리가 나온다. 악보대로 연주해야 하는 것이 서양 음악이라면 우리 음악은 호흡을 함께 해야 하는 음악이다.
“처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왜 저렇게 행동을 할까, 내가 생각한 결과는 그게 아닌데…’라면서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풍물은 마음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니 만큼, 마음을 먼저 열려고 노력해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서로 즐겁게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으니까요.”
서명석 씨는 풍물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십견으로 고생을 하시던 아주머니에게 풍물을 가르쳐 준 경험이 있었다. 채도 들지 못하는 손으로 힘겹게 악기를 연주하던 아주머니는 흥에 겨워 연주를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좋아졌다. 지금은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 중에 한 명이라고 한다.
“취미로 풍물을 할 때는 정말 앞만 보고 공부했어요.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맞나봐요. 풍물을 직업으로 삼으니 힘이 들더라고요. 즐긴다는 생각보다 버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공연장에 올라가서 무표정한 관객들이 점점 연주에 빠져 우리 가락에 맞춰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 그랬나 싶게 즐거워져요.”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자우림은 조용필의 노래 ‘꿈’을 편곡해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무대에 올랐다. 자우림의 무대는 대중가요에 국악을 접목시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희도 퓨전콘서트를 열고 있어요. 스님이 랩을 해주시고 저희는 풍물을 하죠. 국악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면 ‘퓨전음악’에 긍정적이에요.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국악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굳은 다짐이 보였다. 그의 눈빛을 강하게 만드는 국악의 힘은 무엇일까.
“우리 음악이라는 자부심이죠. 아시아에서 전통 음악이 남아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에요. 우리가 우리 음악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죠.”
매년 학생들에게 풍물을 가르쳐주고 일주일간 합숙도 하며 지내는 서명석 씨. 그에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했으면 좋겠어요. 아는 목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젊음은 꿈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뉜다’고요. 젊음의 패기와 희망도 꿈이 있어야 빛나는 게 아닐까요. 영화 <시크릿>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서 나와요. 과학법칙이기도 하지만 인생에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어떤 대상을 생각하고 있으면 그 대상이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죠, 만유인력처럼…. 모두가 꿈을 찾고 그 것을 꿈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꿈이 나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을 테니까요.”
풍물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온 그가 한 말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었다. 힘든 부분이 있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보였다. 국악을 위해, 꿈을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인 그를 응원한다.
김혜리 기자 aahyery@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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