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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가슴을 울리는 5분, 그리고 지식을 말하다.
제 840 호    발행일 : 2011.11.11 

 

5분 내외의 짧은 영상, 배경음악과 함께 무덤덤하게, 그렇지만 가슴 뜨끔해지는 자막. 감동을 채 감당하기도 전에 마주하게 될 검은 화면. EBS의 프로그램 <지식채널e>(이하 지식채널)의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다.

지식채널은 ▲사회society ▲사람people ▲삶live ▲인생life ▲희망hope ▲인간humane ▲꿈dream 등 ‘e’가 들어간 다양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 짧은 프로그램이 가슴 따뜻한 지식을 전해준 지도 어느덧 800회가 되어간다.

 그리고 여기, 벌써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식채널을 연출하는 PD가 있다. 각종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취재할 만큼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그이지만, “저는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제가 유명한가요?”라며 순박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PD. 하늘마저 화창했던 기분 좋은 어느 가을 날씨에 <지식채널 e>의 연출자 김한중 PD를 만났다.

 지식채널은 매주 2편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또한 지식전달을 표방하는 매체니만큼 짧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지식도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남녀노소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식이여야 한다. 일주일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설명하는 그의 눈에는 지식채널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었다.

 “지식채널 한 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3명의 작가가 나름대로 공부하고 취재한 아이템을 제안하고, 전체회의 시간에 발표합니다. 운이 좋게 통과할 경우 방송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절반 이상의 아이템은 접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이템 채택 과정 시,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제작진들은 다소 엄격한 비판자의 입장으로 냉정히 판단합니다. 저희조차 설득시킬 수 없는 아이템은 다수의 시청자를 설득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이템이 통과된 후 PD와 작가가 내용을 수정하는 회의를 10여 차례 이상 진행합니다. 그 후 영상편집과 음악효과를 삽입하면 완성되는 셈이죠. 이 가운데 저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여하고 선택하는 일을 합니다.”

 지식채널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EBS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는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매주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이 원칙이 곧 프로그램의 모토다.

 “지식채널은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단순히 사전적인 지식이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지식이죠. 이것이 곧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지식은 행동으로 옮아가는 지식입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안다는 것과 가슴이 안다는 것은 다르다는 원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원칙은 지식채널이 장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죠.”

 지식채널의 등장은 2005년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광고를 대체한 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지식과 감동, 두 가지 모두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처음 지식채널은 캐나다 온타리오TV의 SB(Station Break,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공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탄생했습니다. SB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EBS답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지식채널의 독특한 특징인 5분 내외의 시간도 SB프로그램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간결하다 못해 부족해 보이는 자막 또한 기존에는 볼 수 없는 형식이었다.

 “지식채널만의 특별한 문체가 있습니다. 간결하고, 여백이 많으며, 함축적이죠. 어떻게 보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이 상당히 적은 자막이죠. 하지만 이는 의도적인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여백을 두어 시청자들이 스스로 그 공간을 채우게 하는 셈이죠.”

 지식채널에 대한 신념이 남다른 그. 김PD와 지식채널의 첫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라는 표현은 김PD와 지식채널에 어울리는 말이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어요. 저는 원래 다큐프라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1년에 50분짜리 영상 3편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다큐프라임이 끝난 뒤 우연찮게 지식채널의 연출자 자리에 공석이 생겨 맡게 되었어요. 운명이었는지 당시 팀내에서 지식채널을 맡을 여유가 되는 PD는 저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여유를 두고 오랫동안 작업하던 다큐프라임과는 사뭇 다른 지식채널을 처음 맡았을때는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식채널에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쏟아 붓게 만들더라구요(웃음).”

 김PD가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만들어 낸 지식채널은 다방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수업은 물론이고 대학교 강의실에도 종종 활용된다. 또한 책으로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식채널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일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관심이 커갈수록 자부심보다는 책임감이 앞섭니다. 어떤 이에게는 지식채널에서 접한 지식이 그 인생에서 처음 접하는 지식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그에게 있어 지식채널은 어떤 의미일까. 한참 동안 고민에 잠긴 그는 입을 떼고 신중히, 그리고 결단력 있게 말을 이어갔다.

 “지식채널은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는데 기여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직․간접적으로 현재 사회의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앞으로의 사회 문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또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념이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비상식에 근거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식채널을 통해 그 해결책을 알려주고,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는 것이 지식채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채널에서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진보적인 성향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교급식을 지원받는 아이들의 시선을 그린 ‘공짜밥’ 편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다.

 “EBS의 존재이유 자체가 사회적인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교육방송국의 태생자체가 교육의 평등을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은 EBS만의 사명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식채널이 진보적이다’라는 의견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이념이나 정치적인 잣대로 편견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지성인인 20대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앞으로 이 세상은 젊은이들이 살아갈 세상입니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청춘들이 바라는 세상으로 향해야 합니다. 또한 청춘에게는 사회적인 틀을 거부할 권리도 있습니다. 너무 착하게, 순종적으로 살지 마시길 바랍니다. 학교 내에서 혹은 사회에서의 부조리를 단합된 목소리로 고쳐나가시길 바랍니다. 잊지 마세요.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것을요.”

남소연 기자

suwon199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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