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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
[사람이슈] ‘無에서 有로…’ 도자기 속에서 인생을 배우다
제 845 호    발행일 : 2012.03.31 
이천 도자기 명장 벽옥(碧玉) 최인규 선생


 
 
 우리의 도자기는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까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곡선과 화려하게 수놓은 문양, 그리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도자기. 이런 도자기를 만들어 온 장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조그만 눈발이 날리던 날, 경기도 이천의 한 작업장에서 이천의 도자기 명장, 벽옥 최인규 선생을 만났다.
 
 흙냄새가 느껴지는 그의 작업장에는 그와 인생을 함께한 도자기들이 즐비하다. 1991년에 ‘장휘요’를 설립하고 2005년에 이천시의 도자기 명장으로 선정됐던 그는 60년의 세월 중 40년이 넘는 시간을 도예가로 살아왔다. 푸근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지닌 그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도예가가 되겠다고 목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어요. 도자기를 전공하게 될 줄도 몰랐죠. 하지만 고교 시절 선생님들의 권유에 따라 이천에 와서 도자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도예에 대한 열정이 생겼어요”
도자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본격적인 도예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도예는 많은 정성이 필요해요. 어느 과정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이 중요하죠. 하나라도 잘못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작업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요. 좋은 마음가짐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죠. 또 같은 문양이라 하더라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도 달라져요. 그래서 저는 많이 보고 경험해서 시각을 넓히도록 노력하죠”
 이렇듯 평소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고 작업할 때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작업에 임하는 그는 청자의 대가로 불리는 해강(海剛) 유근형 선생의 제자이다. 사실 그의 호(號)인 ‘벽옥(碧玉)’ 또한 푸르고 옥같은 도자기를 만들라는 의미로 스승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유근형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선생님 덕분에 도자기의 진수를 배웠고 탄탄하게 기초가 잡혔죠. 그 때문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항상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스스로 개척해서 나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이 말씀들이 저에게 큰 조언이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죠”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했기에 제자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의 제자들도 도예만 배울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늘 제자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그때를 놓치지 말라’고 말해요. 남들과 똑같이 기회를 날린다면, 결국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성과도 따르는 것이니까요”
도자기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에 대해 망설임없이 답했다.
 “도자기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답다는 것이에요. 무(無)의 형태인 흙과 점토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과정이 도예의 참맛이죠.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저는 작업을 하면서 흥미를 느Rudy.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도예를 계속 하는 의미가 없겠죠”
 긴 세월동안 도예를 해왔지만 여전히 도자기를 사랑한다는 그는 도예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말한다.
 “도자기를 만들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져요. 그건 작품에 그만큼 집중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하나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작품을 만들 때는 작품만 아니라 인생도 얻어가죠”
 그렇다면 그에게 가장 의미있는 작품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제 32회 대한민국전승공예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 ‘청자상감당초화문대반’을 꼽았다.
 “저에게는 영광스러운 수상을 가져다 준 작품이에요. 기존의 기법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변형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큰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전의 수많은 다른 도예가의 훌륭한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에 임한다고 한다.
 “도예가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법에만 안주하지 않고 그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도예가도 발전하고 도자기도 발전하는 계기가 될테니까요. 저는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가 되고 싶어요.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고 도자기를 잘 만드는 것이 도예가의 제일 큰 목표기 때문이죠. 또 무엇보다 후배 도예가에게 좋은 모범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그는 청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저는 공부만 하는 사람은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죠.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고민을 많이 한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절대 그 고민과 걱정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젊을 때 마음껏 돌아다니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꿈꾸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만큼 공부도 열심히 해야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에요.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즐긴다면 여러분의 앞날에 밝은 햇볕이 함께할 거라고 믿어요”

박지수 기자  jisu287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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