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김치’, ‘비빔밥’, ‘한글’ 등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복’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남겨놓고 간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런 조상들의 얼이 담겨 있는 한복을 만들고 오직 한복만을 위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 있다. ‘한복은 가족 다음으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하는 한복연구가 박술녀씨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박술녀 한복’에서 그를 만나봤다.
한복은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 의복이다. 대체적으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의 이름 뒤에는 ‘한복디자이너’가 아닌 ‘한복연구가’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한복에 맞춰서 살아왔어요. 그래서 한복연구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한복을 입을 때 불편함을 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등 한복에 대한 생각을 더 깊이 한다는 의미로 디자이너보다는 연구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은 무언가를 하기위해 첫 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 대한 기억은 소중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현재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복을 만들고 있고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은 한복을 만들어 온 그에게도 처음이 존재한다.
“제일 처음 만들었던 한복은 보람이라는 여자아이의 돌복이에요. 지금은 작업실에 가서 직원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제 손으로 만들었어요. 옷에 혼을 불어넣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현재 보람이는 28살의 어여쁜 숙녀로 자라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요. 물론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연락을 계속 하고 있고요”
자신이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그는 특히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손꼽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했다.
“명절이 되면 방송사나 잡지사에서 인터뷰가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그 이유는 내가 한복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서양 옷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이 굳이 절 찾지 않았겠죠. 또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복을 입혀줬었는데 그 다음 날에 한복이 너무 아름답다고 직접 샵까지 찾아올 정도로 였어요. 미국에 돌아가서는 한복을 이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직접 친필 편지까지 써서 보내줬을 땐 저조차 감동받았었죠”
보람찬 순간이 많은 만큼 어려움을 느낄 때도 많을 것이다. 특히 유명인으로서 느끼는 점도 없지 않아 존재할 것이다.
“사랑하는 한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하나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들 때도 많아요. 최근 2~3년 전부터 웨딩컨설팅업체의 횡포로 인해 한복집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박술녀 한복은 같은 한복이더라도 더 비싸다’ ‘박술녀는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복을 사러가도 만나주지 않는다’ 등의 근거 없는 말들을 늘어놓기도 한다고 해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저희 한복집에 오시는 분들을 일일이 다 만나서 한복 색도 골라주고 칫수도 재주며 한복을 찾으러 오시는 분들과 같이 기념촬영도 함께 하고 있어요. 또 결혼식이 멀지 않은 곳이면 직접 찾아가 축하를 해주고 있어요. 10년 넘은 한복을 가져와 수선을 의뢰하는 고객까지도 직접 응대해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가 단순히 한복하면 저고리, 치마, 바지만 떠올리지만 두루마기, 버선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10가지가 넘는 옷과 장신구가 있다. 종류가 많은 만큼 한복을 만들 때 손도 많이 간다. 한복을 만들면서 그녀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점이 있어요. 바로 ‘솔기선이 울지 말아야 한다’에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계절이 바뀌면 아무리 잘 만든 한복이라도 울게 돼있어요. 한복이 명품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복을 입은 사람이 남자일 때는 선비다운 모습이 나타나도록 솔기선, 박음질에 제일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의 모든 삶이 한복에 맞춰져있고 어딜 가나 한복 생각뿐이다. 이렇게 한복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그가 생각하는 한복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질서 없이 흐르는 정일화 되지 않은 선, 또 밝고 고운 빛깔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100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을 보면 한복에 엄청난 매력이 들어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한복을 입는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을 보고 점점 더 서양식 문화에 물들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주체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결혼식하면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떠올리는데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하지 않았으면 해요. 1부에서 서양식 드레스를 입으면 2부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옷인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나라에 이바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바로 한복을 입는 일이 나라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학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익지도 않은 열매를 따 먹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전통을 살리고 조상들의 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녀. 한복 대중화를 위해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홍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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