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나와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보다 우리의 삶과 닮은 일반인의 이야기가 담긴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을 때가 있다. KBS 교양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이 바로 이런 프로그램이다. <다큐 3일> 제작을 이끈 사람은 바로 KBS 콘텐츠본부 기획제작국의 김무관 PD이다. 현재 다큐멘터리 PD로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7년 전인 1976년, 그는 KBS에 당당히 PD로 입사했다. 입사할 당시만 해도 그는 ‘나의 첫 PD의 시작은 쇼’라고 말할 만큼 쇼프로그램 PD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음악으로만 진검 승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에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죠. 음악을 좋아하지만 쇼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원하는 쪽으로만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러한 이유로 원하던 쇼프로그램이 아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하 다큐)을 제작하게 됐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며 뜻하던 대로 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나도 모르는 곳에 숨어있던 가치 있고 보람된 것을 찾을 수 있었죠.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는 다큐 PD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본 <다큐 3일>을 만든 장본인이다. <다큐 3일>은 한 공간 안에서 72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보이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TV 속에는 화려하게만 꾸며져 있고, 억지로 만들어낸 듯한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어요. 시청자들은 점점 이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며 ‘가공되지 않은 날 것’, 제작진이 관여하지 않는 관찰형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다큐 3일>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다큐 3일>은 현장에 일어났던 일 그대로를 단순히 기록한 날짜와 시간순으로 나열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말 그대로 가공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꾸미지 않은 것에서 나오는 신선한 감동이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 같아요. TV 속 주인공의 삶이 내 이웃, 내 형제, 내 부모의 삶처럼 느껴지는 거죠. ‘Emotional Connection’이라는 말처럼 TV 속 주인공과 시청자 사이의 감성적 연계가 이뤄진 거라고 볼 수 있죠"
‘Emotional Connection’은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제35회 한국방송대상에서 그에게 대상을 안겨주기도 했던 <차마고도>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차마고도>는 중국 서남부 운남, 사천에서 티벳을 넘어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문명 교역로이자 실크로드보다 200여 년 앞선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문명교역로인 5,000여 km ‘차마고도’ 전 구간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이다.
“<차마고도>를 보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델을 볼 수 있어요. 이 프로그램 속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약 7개월 정도 2,000여 km를 다섯 걸음에 한 번은 절을 하며 너무나도 정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요. 그들은 세상만물의 평안을 위해서 이러한 고행을 한다고 말하죠. 현재의 우리들을 보면 나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살고 있어요.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삶의 원형질을 깨닫게 되죠”
이처럼 <다큐 3일>이나 <차마고도>를 보면 심각한 내용은 아니지만 큰 깨달음을 준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삶의 원형질을 깨닫길 바라며,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프로그램이 프로그램만으로 끝나면 안 돼요. 그것은 일차원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양심냉장고>나 <느낌표>를 보면 실제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어요. 이처럼 나의 프로그램이 한 편의 미약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줘 사회를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하나의 씨앗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요”
27년의 경력을 쌓아오며 많은 프로그램을 접한 그. 그는 장르와 상관없이 PD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라고 말했다.
“통찰력이란 시대와 상황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을 말해요. 예능 PD도 시사,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웃음만 추구해서는 성공도 못하고 오래가지도 못해요. 뜨는 프로그램을 보면 시대를 꿰뚫어보는 무언가가 숨어져 있어요. 예를 들자면 최근 ‘딸바보’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아요. 영화 <7번방의 선물>이나 KBS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보면 아버지가 자기 딸에 대해 느끼는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이처럼 시대에 통하는 코드를 잘 찾아내는 통찰력이 PD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현재까지 다큐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그이지만, 그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 영화 <그래비티>를 보게 됐는데, 영화 속 주인공은 조난을 당해 혼자가 돼요. 이는 내가 내 주변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로부터 단절된 철저한 소외를 나타내요. 이때 사람들은 주인공과 똑같이 고독을 느끼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등 보다 근원적인 생각을 하게 되죠. 이처럼 사람들이 근원적인 생각을 하며 삶에서 원형질을 건드리는,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게 다큐든 무엇이든 장르는 중요치 않아요”
그는 마지막으로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남겼다.
“통찰력을 높이는 것은 정해진 방법이 없어요. 인문사회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아요. 또한 PD에게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감각적이란 말은 판에 박혀진 것이 아닌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PD는 무엇보다도 생각이 굳어져서는 안돼요"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그. 앞으로도 그만의 신념이 담긴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방송되길 기대해본다.
홍지희 기자








홍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