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라는 단어를 들으면 미국에서 방영된 <CSI>, <NCIS>같은 드라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의 요원들은 아무 증거도 없는 것 같은 사건 현장에서 증거물들을 발견하고 현장을 재구성해 범죄자를 체포해낸다.이런 드라마같은 일을 실제로 해내고 있는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의 과학수사관 신강일 선배를 만나봤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 출동한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신강일 경사는 주방에서 온몸에 둔기를 맞고 숨진 70대 노파를 발견했다. 하지만 사건 현장은 가해자에 의해 깨끗하게 정돈돼 가해자의 지문은 물론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 현장이 발견되는데 시간이 걸려 CCTV 분석 등을 통해서도 용의자를 추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수사에 난항을 겪으며 몇 달의 시간을 흘렀고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4번째 실시된 정밀 감식에서 실마리가 발견됐다. 주방 천정 식기함의 두루마리 비닐에서 혈흔이 발견된 것이다. 두루마리에 대한 정밀 감식에 들어갔고 두루마리 심에서 가해자의 지문이 검출됐다. 그렇게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은 무사히 해결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과학수사는 무엇일까. 그는 과학수사를 ‘융합과학’이라 표현했다.
“과학수사는 사건의 물리적 증거를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수사에 적용시켜서 조사하고 사건 현장을 읽어내는 것을 말해요. 혈액이 바닥에 떨어진 모양인 혈흔을 예로 들면, 혈액이 바로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멀리 날아온 혈액은 길게 자국을 남기며 떨어질 수도 있죠. 뿐만 아니라 장애물에 가려져 일부에는 혈흔이 남지 않았던가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요. 이러한 혈흔의 다양한 위치와 형태를 물리 법칙과 공식 그리고 다양한 과학적 사항들을 이용해 해석해 범죄 현장을 재현해 내는 것이죠”
그가 처음부터 과학수사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통해 경찰의 삶을 시작한 그는 충북지방경찰청 대테러 특공부대에서 경찰로서의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현장 분석과 감식을 하는 감식반의 역할을 맡게 됐고, 그 기회로 과학수사에 대한 길을 들어서게 됐다.
“사실 처음 경찰을 하게 됐던 것은 주위의 권유로 인한 것이 컸어요. 하지만 경찰이 되고 감식반 일을 하면서 어릴 때의 꿈이 살아났죠. 제 어릴 때 꿈이 과학자와 경찰관이었거든요. 그 둘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과학수사관이었던 거죠”
사실 그는 특이하게도 불문학과를 졸업했다는 내력을 가지고 있다. 보통 불문학과에서 경찰이 됐다고 하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데 이에 대해 그런 생각은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과학수사라는 일은 얼핏 듣기에 자연과학 계열의 과학적 지식만을 이용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과학수사는 자연과학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지식을 이용해 풀어내는 것이에요. 거기에는 공학도 포함될 수 있고 의학, 심리학, 그리고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포함되죠. 그렇기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수사관이 됐다고 이상할 것은 전혀 없죠”
그는 날이 갈수록 범죄가 지능화돼가고 사건에 얽히는 요인들도 많아지다 보니 과학수사관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커져가고 있다며, 과학수사관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과학수사관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봐서 순경으로 시작해 과학수사관으로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수사관련 대학원을 나와 과학수사요원 특별채용을 통해 과학수사관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전자보다는 후자를 추천하고 싶어요. 보통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데 2년 정도 걸리는데, 시험에 합격하고도 순경이 돼 과학수사관이 되는 데까지는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어요. 그러기보다는 과학수사대학원을 마치고 석사 과정을 밟으며 자신의 실력도 제대로 늘리며 특별채용에 지원하는 것이 빠르 겠죠”
또 그는 과학수사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학수사관이 되는 데 있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과학수사관이 되는 데 있어 자신의 전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과학수사는 과학만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에요. 무엇을 특별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말고 가능한 모든 것들을 습득해 두면 과학수사관으로서 수사를 진행하는 데 꼭 쓰이게 될 거랍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통해 보여준 ‘수사 추리’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학문으로 구축하는 것이 꿈”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과학으로 수사의 새로운 길을 여는 과학수사관 신경일 경사는 오늘도 증거물들과 씨름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승현 기자








이승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