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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기자가 말하는 '기자' 이야기
제 881 호    발행일 : 2014.09.22 
서울신문 국제·문화부 송혜민 기자

사회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사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시시각각 보도되는 기사들은 어떻게 취재돼 나오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현직 기자들이 취재한 사회적 이슈들의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놔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E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용감한 기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황당 사건을 소개하는 랭킹 코너를 진행하며 인기를 끈 기자가 있다. 바로 서울신문 국제.문화부 송혜민 기자다. 그의 인생수첩을 들여다보자.


 

  어린 시절 그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이에 끊임없이 책을 읽었고, 글을 써나갔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기자라는 직업은 생각지도 못했죠. 그래서 언론고시를 일찍 준비했던 다른 기자들과 달리 저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대학 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출판사에서 일하길 꿈꿨던 그는 중어중문과를 졸업해 중국어에 능통한 특기를 살려 서울신문사 외신기자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담당 교수의 추천으로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학 졸업 후 거의 바로 서울신문 외신기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평소에 글 쓰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직업을 가지게 됐지만 낯설지 않았어요”
  수습교육을 거쳐 첫 취재가 시작됐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기사가 실린다는 설렘보다 회사의 이름을 걸고 모르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는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문화부 첫 취재로 장대건 기타리스트를 인터뷰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해 선배에게 혼이 나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두려웠어요. 무엇보다도 제 기사가 회사를 대표하는, 회사의 얼굴로 나간다는 점이 부담감을 더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처음인 그에게 취재에 앞서 질문지를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질문지를 만들려면 누구나 했을 법한 질문은 빼야 해요. 그렇다고 정말 사적인 것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요. 이 둘의 중간 수위를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죠”
  모든 것이 서툴고 어색하기만 했던 기자 초년생에서 어느덧 그는 국제.문화부 기자 생활 8년차에 접어들었다. 경력이 쌓임에 따라 그만의 스타일도 생겨났다.
  “국제부 기사의 경우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이기 때문에 기사 방향에 있어서 저의 견해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제가 맡고 있는 중국과 영미권의 주요 언론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기사를 검색해요. 그리고 그것을 저희 독자들과 국내사정에 맞게 재가공해 나가죠”
  반면 국제부 기사와는 달리 인물 인터뷰가 주가 됐던 문화부 기사는 A부터 Z까지 기자의 선호나 견해가 들어갈 수 있었다. 인터뷰할 인물을 정하고 인터뷰하기까지 기자의 주관이 크고 작게 개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부 기사에서 그는 그만의 시각을 반영해 독특하고 새로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이슈되고 있는 일이나 프로그램, 인물 등이 있다면 저는 그것들을 인터뷰하기보다는 그 뒷면에 있는 모습들에 굉장히 집착했어요. 예를 들면 어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주연에 목을 매죠. 그럴 때 저는 그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얼굴만 알고, 이름은 잘 모르는, 하지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배우들을 만났어요. 또 <하얀거탑>이 한참 방영될 때는 배우들보다는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고, <무한도전>의 인기가 상한가일 때 촬영 현장 스텝들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심을 가졌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들의 이면에 있는 모습들을 찾아내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이렇게 자신만의 스타일과 실력을 쌓기 위해서 그는 항상 프로다운 자세로 모든 일에 임했다. “취재를 하기에 앞서 당연한 말이지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요. 예를 들어 문화부 기자다 보니 영화 시사회에 많이 참석을 하는데, 기사나 리뷰를 쓰기 위해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순 없어요. 한 손엔 펜을 들고 생각나는 것들을 바로 적어가야 하죠. 즐길 수 있는 부분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이 현장에 놀러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일함에 따라 그는 목표했던 일들을 이뤄나갈 수 있었다.
  “서울신문에 입사하고 초반에 영화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영화 팸플릿에 제가 쓴 멘트와 이름이 나가는 게 꿈이었죠. 그런데 영화 <닌자 어쌔신> 팸플릿에 제 리뷰가 실리게 된 거예요. 제가 쓴 수많은 글 중에 단 한 줄이었는데 너무 기뻤어요”
  또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의 것들에 대한 기사를 쓰며 기사를 읽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영월에서 뗏목을 만드는 할아버지나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성냥공장과 같이 점점 사라져가는 옛것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어요. 기사가 나가고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아직도 이런 것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좋고, 이런 것들이 오래 조명을 받아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이 기사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경력이 쌓이며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그에게 나만 정체돼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불안감을 능동적으로 극복해 나갔다.
  “기자라는 일이 매일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저 자신은 기사를 쓰는 일 자체를 매일 반복해오고 있는 거예요. 기자라는 직업에 의문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 지겨워졌어요. 나만 정체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한몫했죠. 그래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었고, 슬럼프도 서서히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가끔씩 슬럼프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에게 있어 기사를 쓰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인 작업이다.
  “제가 생각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지겹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예요. 한때 MBN처럼 서울신문 내에 있던 채널의 방송기자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방송기자는 내가 글을 쓰는 일보다 화면을 만들고 상황을 만드는 일이 더 많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일들과 너무 달랐죠. 그래서 지겹도록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이 정말 좋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느꼈던 어려움도 이제는 그가 손꼽는 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이자 그만의 장점이 됐다.
  “기자가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고 혼도 많이 났어요. 그래서 이 일이 나랑 맞지 않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었죠. 하지만 취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을 제 친구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고, 저만의 장점이 생기는 계기가 될 수 있었어요”
  현재 그는 그의 노력을 인정받아 E채널 <용감한 기자들> 국제부 대표로 얼굴을 알리고 있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시는 이야기인데,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을 때가 출산 후 2주 만이었어요.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나가게 된 것은 랭킹 코너만큼은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많은 인기와 응원을 받고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처럼 기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종 목표가 있다. 바로 글로 승부할 수 있는 ‘글쟁이’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기자로 일을 계속하겠지만 기자보다는 글쟁이로 남고 싶어요. 하지만 글을 계속해서 쓰다 보면 아주 짧은 의미 없는 글을 쓸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글을 쓰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런 환경에서도 저는 계속 글을 써나갈 것 같아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도 결국 사회와 개개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기자를 꿈꾸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기자는 생각의 회로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해요. 자신의 주장을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논리정연하게 피력할 수 있어야 하죠. 진짜 기자가 되고 싶다면 어떤 문제가 주어지면 ‘이건 이렇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렇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끊임없이 읽고, 쓰고, 문제를 파고드는 노력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죠”
  글 쓰는 것을 마냥 좋아했던 그는 언론뿐만 아니라 방송 매체에까지 영역을 넓혀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지나도 글 쓰는 것에 대한 매력을 잊지 않고 독자와 함께 할 그의 모습을 응원한다.
 

김혜란 기자
khra013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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