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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범죄심리분석의 대가, 오윤성 교수
제 950 호    발행일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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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범인의 심리를 분석해 다음 범행을 예측하고, 범인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통해 범인 검거를 돕는 캐릭터, 바로 ‘프로파일러’다. 그리고 여기 영화나 드라마 속이 아닌 현실에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범죄 사건을 분석해 수사에 도움을 준 프로파일러 1세대이자,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범죄학자인 오윤성 교수가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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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기는 사람

  “육군에서 장교로 근무하고 있던 20대 시절에 한 책을 접하게 됐는데요. 미 육군 장교 복무를 마치고 미연방수사국(FBI)에서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가로 활약하던 로버트 레슬러라는 분의 책이었어요. 인간이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적인 과정,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서술한 책이었는데 당시 저는 그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그 책에서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나머지 현재까지도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있어요.”
  많은 사람이 범죄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1980년대 초, 그는 남다른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범죄학의 길로 들어섰다.
  “범죄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친 것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당시의 선택으로 지금까지 범죄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범죄학을 자신의 천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제자를 육성하는 일,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메시지를 주는 일,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범죄를 분석해 대중에게 알리는 일 등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열정을 쏟는다. 심지어 범죄학에 관심이 있는 곳이면 무료 강연도 흔쾌히 수락한다. 실제로 지난해 강의료는 줄 수 없지만, 강의를 듣고 싶다는 부산에 있는 한 대학 동아리의 연락을 받고, 무료 강연을 하고 오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해요. 범죄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제 전공 분야가 세상을 좀 더 밝게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일정이 아주 바빠도 힘들기보단 보람을 느끼죠. ‘힘들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죠. 목표로 하는 무게의 역기를 번쩍 들기 위해 역도선수가 훈련을 거르지 않는 것처럼, 저 역시 지금 하는 일들이 제가 바라는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아요. 단지 의무감과 책임감, 혹은 금전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직업을 택했다면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보니 크게 압박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그가 말하는 범죄심리학

  그에게 범죄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묻자, 그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범죄심리학이란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해 이를 범인 검거, 범죄자 취조, 범죄 원인 파악에 사용하는 학문이에요. 범죄 프로파일링 기법 같은 범죄 수사 실무에 활용되는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학문이죠. 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과정은 컴퓨터의 입출력 원리와 비슷해요. 컴퓨터에 충분한 자료가 입력돼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처럼, 사건 조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범죄 심리 분석의 선행조건이에요. 물론 많은 자료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분석 결과가 무조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에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유의미한 결과를 만드는 것처럼 범죄를 분석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기술 등이 기반이 돼야 하죠. 지식을 기반으로 사건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 결과가 정확한 예측으로 이어질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해요. 이게 바로 범죄심리학이 지닌 매력이에요”
  그는 이제까지 분석해온 수많은 범죄 사건 중 가장 인상 깊은 사건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꼽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한 논문이 국내에 총 두 편이 있는데, 두 편 모두 오윤성 교수의 연구 결과물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수사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됐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운 사건이었어요. 지금은 폐지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범인을 검거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살인죄의 공소시효 제도가 엄연히 존재했었거든요. 결국, 마지막 9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모두 만료될 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종결됐어요. 당시 이 사건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저는 비록 미제 사건으로 남았지만, 사건의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해 놓아야 먼 훗날까지도 이 사건이 잊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03년에 1차 논문을 작성했죠. 이후 8년이 지난 2011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에서 800회 특집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 방송을 기획하던 중, 제 논문을 읽고 제게 조언을 요청했어요. 그 방송에 조언해주면서 추가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2차 논문을 작성했죠. 다시 8년이 지나간 지난해에 예상치도 못하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졌어요. 사건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자 KBS에서 제가 작성했던 논문 내용을 보도했는데, 제가 논문에서 분석하고 추정했던 내용이 범인의 진술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범죄 심리학자로서 굉장히 인상 깊은 순간이었어요”
  그동안 범죄와 관련된 여러 사건을 분석해온 그는 범죄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개인이 갖는 각기 다른 특성과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생 이후의 ‘양육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성장기에 누구에게 양육되고, 어떤 사랑을 받는지가 후에 범죄자와 비범죄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요. 그래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말과 표정, 몸짓과 같은 ‘반응’이 일차적으로 중요해요.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직장, 결혼 같은 생애 주요한 사건을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이차적으로 중요하죠”

범죄 심리 분석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그는 범죄 심리 분석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부분의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 분석부터 범인 검거까지 주인공이 완벽하게 해결하죠. 그래서 현실에서도 그처럼 쉽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이를 ‘CSI 효과’라고 해요. 그러나 실제 사건 해결 과정은 상당히 길고 복잡해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허다하죠. 또 범죄 심리 분석은 일정한 형태의 범죄 유형에 한정적으로 적용돼요. 범죄 심리 분석은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보조적 역할이지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 심리 분석가의 활동 영역과 규모가 제한적이에요. 만약 범죄 심리에 관심이 있다면 수사기관과 관련된 공무원직에 지원해 그곳에서 실무를 하며 범죄 심리 분석을 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끝으로, 그는 대학생들에게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1만 시간의 법칙 혹은 10년의 법칙이 있어요. 어떤 것을 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1만 시간 이상, 10년 이상 정성을 다해 꾸준히 투자해야 그 분야에 일가견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분야에 뜻이 있고 뭔가를 이루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학교에서의 배움을 끝이라 여기지 말고 졸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배워 나가는 독학의 자세가 필요해요. 그것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독학의 태도 말이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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