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빠른 것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독서는 줄곧 느림을 지키고 있다. 그 독특한 매력 덕분인지 독서는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충북IN에서는 독서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독서 모임에서 활동했던 김민정(아동복지학과·25), 김소은(간호학과·25), 소재명(심리학과·24) 학생을 만나봤다.

▲ (좌) 소재명 학우, (우) 김민정 학우.
Q. 자기소개와 함께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주세요.
▶민정 아동복지학과 25학번 김민정입니다. 저는 독서 편식을 하는 편이라 거의 소설만 읽다시피 해서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비교과센터에서 주관하는 ‘책으로 통하다’라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어요.
▷소은 간호학과 25학번 김소은입니다. 저도 ‘책으로 통하다’라는 독서 모임에서 활동했어요. 책을 읽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생각들을 잘 정리할 수 없었어요. 또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을 내 삶에 잘 적용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이런 고민을 독서 모임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어요.
▶재명 심리학과 24학번, 2학년인 소재명입니다. 현재 ‘창문학 동인회’에서 활동 중인데, 작년에 동아리 회장님의 권유로 최신 현대 문학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모임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비정기적인 독서 모임도 하나 있는데,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가볍게 이야기하다가 시작했어요.
Q.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 나눴던 책과 주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민정 박종호 작가의 <예술은 언제 슬퍼하는가>를 읽고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 예술은 가벼운 것이었어요. 단순히 재밌고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나온 예술은 약자의 말을 대변하고 있었어요. 예술가가 약자의 대변인이라면 그런 작품을 보고, 읽고, 듣는 저도 예술을 좀 다르게 대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소은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이제껏 환경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자력을 반대하고, 채식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지구를 위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해요. 그래서 내가 너무 극단적인 생각만 따르고 그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명 최근 예술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었는데 이 책은 미(美)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주인공이 아름다움에 집착해 결국 금각사에 방화를 저질러요. 김동인 작가의 <광염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도 비슷하죠. 완벽한 작곡에 대한 집착으로 방화,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영감을 받아요. 이러한 책을 읽고 범죄자의 예술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예술가와 예술을 그렇게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을지 등에 대해 토론했어요.
Q. 독서 모임을 하며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깨달은 경험이 있을까요?
▶민정 키케로의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바뀌었어요. 늙는 건 부정적인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몸과 마음이 예전만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노년의 이야기, 현재를 즐겁게 사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좀 긍정적으로 미래를 기대하게 됐어요.
▷소은 아까 말씀드린 거랑 비슷해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생각보다 바로 보이는 뉴스나 신문, 주변 사람들 말만 듣고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말이에요.
▶재명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재미있는 SF 소설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안드로이드나 인공지능도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어요.
Q. 다른 사람들과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혼자 책을 읽을 때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민정 혼자 읽을 때는 여러 번 곱씹어 보는 게 좋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읽으면 나와 전혀 다른 관점을 들을 수 있어 좋아요.
▷소은 혼자서 책을 읽으면 즐겁고 휴식에 집중하게 되고, 독서 모임은 삶에 더 깊이 적용할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같아요.
▶재명 책은 기본적으로 외부의 개입이 거의 없는 저자와 독자 둘만의 소통인데, 다른 사람과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내 생각이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좋아요.
Q. 요즘은 책이 넘쳐나는 시대라 책을 고르는 것도 독서에 대한 하나의 장벽이 된 것 같은데,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나 방법이 있나요?
▶민정 저는 주로 책을 추천하는 영상이나 글을 보고 선택해요. 가끔은 도서관에서 무작정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거나 앞부분을 조금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읽기 시작해요.
▷소은 저는 관심 가는 분야에서 평점이 제일 좋은 책을 골라요. 너무 부담스럽거나 관심이 아예 없는 분야에 책을 읽으면 괴로워서 무조건 관심 가는 것이 첫 번째예요. 두 번째는 평점이 제일 좋은 책을 골라요. 평점이 좋은 게 무조건 좋은 책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좋게 평가했다는 건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거잖아요.
▶재명 저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요. 보통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국가나 연도를 정해서 한 권 고르기도 하고, 동아리나 학과, 주변 사람에게 추천을 받아 책을 선택해요.
Q. 이제까지 책을 읽으며 접한 여러 인물 중 닮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민정 저는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의 작가인 키케로를 닮고 싶어요. 이 책은 노년을 앞둔 키케로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예요. 이 책을 읽으면 키케로는 정말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은 사람인 걸 느낄 수 있어요. 저도 키케로처럼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소은 저는 박완서 작가님 책에 나온 인물들을 닮고 싶어요. 박완서 작가님은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쓰신 경우가 많아서 책 속에서 작가님의 삶을 많이 들여다볼 수 있어요. 작가님이 쓰신 글과 인물들은 너무 냉담하지도,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아서 제가 좀 더 현명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명 닮고 싶은 인물은 어니스트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이에요. 노인은 거대한 청새치를 잡기 위해 며칠을 열악한 배에서 버티고 상어들이 그토록 어렵게 잡은 청새치를 뜯어 먹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요. 이렇듯 노인은 역경이 닥쳐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이어가는 사람이라 좋아요.
Q. <충북대신문> 독자에게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 주세요.
▶민정 제가 재미있게 읽은 구병모의
<아가미>와 이번에 영화로도 나온 <파과>를 추천합니다. 또 젊은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도 좋아요. 단편집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소은 박완서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추천하고 싶어요. 대학생은 진로, 재정, 인간관계 등 고민할 것들이 많잖아요. 책이 이런 고민에 직접적으로 조언하지는 않지만, 작가가 경험했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에 관해 읽으면 삶을 살아갈 용기가 생겨요.
▶재명 두 권을 추천하고 싶은데 한 권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고, 다른 한 권은 앞서 말했던 <노인과 바다>입니다. 책에서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할까요. 책에 나온 인물들이 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Q.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텍스트 힙’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소은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기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책보다는 다양한 스마트기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대인데 스마트기기는 순간순간의 재미를 주지만 나 자신이 소모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나를 소모하는 것’보다 ‘나를 채워주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재명 젊은 세대 중에 책 읽는 사람의 숫자가 적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독서가 특색있어 보이는 것도 있고 다른 여가 활동에 비해 지적이고 고급진 이미지라 그럴 수도 있고요.
Q. 끝으로 자신에게 독서는 어떤 의미이며, 다가올 미래에 독서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민정 저는 주로 빈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책을 읽어요. 그래서 저에게 독서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킬링타임’이에요. 평소에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편이라 책을 일부러라도 읽으면서 생각하려고 해요. 지금도 인터넷과 숏폼 중독이 많은데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것 같아요. 저는 인터넷과 숏폼 보는 시간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면 그것이 독서가 될 거 같아요.
▷소은 식상할 수 있지만 독서는 저에게 친구입니다. 재밌게 해주고 고민이 있을 때 들어주고 답도 알려주기 때문이죠. 앞으로 독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유익한 콘텐츠가 될 겁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지키고 공허함을 채워주는 삶의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
▶재명 저에게 독서는 취미와 오락이에요. 특별히 지식을 추구하거나 어떤 원대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재미를 위해 책을 읽어요. 독서는 작가를 직접 만나지 않고 하는 소통이에요. 지금 범람하고 있는 인터넷 콘텐츠는 소통 없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가깝죠. 물론 독서도 일방적인 면이 있지만, 독서는 글을 읽으면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생각하고, 책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어서 인터넷 콘텐츠와는 다른 재미를 줍니다. 그래서 미래의 독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을 겁니다.
김가희 기자
gimg11393@cbnu.ac.kr








김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