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라는 읽기만 해도 숙연해지는 이 구절은 ‘한 소방관의 기도’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유명한 글이다. 소방관은 특수 공무원 중 평균 수명이 가장 짧으며 한 해 평균 291명이 부상을 입는다. 또한 지난 5년간 순직한 소방관 수만 해도 35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뒤로한 채 또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구조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정상헌(특용식물학과卒.04) 선배다.
소방관이 하는 일과 본인의 주요업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소방관은 기본적으로 화재진압, 구급, 구조 임무를 맡은 공무원이죠. 그중에서 저는 현재 현장대응과에서 상황실 근무를 서고 있어요. 소방본부 관할로 내려오는 지령을 받은 신고를 인지하고 정확한 재난현황을 파악해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경찰, 시청, 병원과 같은 유관기관이 발 빠른 협조체계를 구축해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특히 제가 근무하고 있는 태백소방서는 강원도 태백시 전체를 관할하고 있는데, 지리적 특성상 산악구조와 노인 관련사고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22일에 발생한 강원도 태백의 열차탈선사고도 저희 소방서가 출동해 빠른 구조활동을 펼쳤고, 유관기관과 협조체계 구축함으로써 원활한 구조가 돼 수많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죠.
소방관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 인가요?
대학교 다닐 때 저는 활동적인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학내 총장기 축구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스포츠에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한곳에서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것보다도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발로 뛰는 직업을 찾길 원했어요. 요즘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이른 정년퇴임도 많다보니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 직장을 찾는 것도 필요했죠.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니 소방공무원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소방관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때는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을 당시였어요. 거기서 수많은 소방관이 건물이 붕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죠. 자신의 생명을 뒤로하고 남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던 모습은 소방관이 된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소방관을 지원하는 방법과 소방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정보는 어떤 것이 있나요?
소방관은 경찰과 다르게 지방직이에요. 즉, 국가고시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시험이 다르고 일정도 다르죠. 그래서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소방의 시험 과목과 일정을 잘 알아두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모든 소방관이 기본적으로 받는 봉급은 같지만, 지역소방마다 받는 수당이나 복지수준은 차이가 있어서 이를 고려해야하죠.
시험은 크게 필기와 체력검정 그리고 면접에서 평균점수를 넘어야 통과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평소 소방공무원 준비생들이 보는 과목으로 봤지만, 요즘에는 국사도 필수과목으로 포함됐고 비중이 상당해서 신경써야 하죠. 외국어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떠나 어느 직종을 선택하듯 항상 중요한 과목 이구요. 체력검정 같은 경우는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배근력, 악력, 유연성테스트, 멀리뛰기를 봤어요. 저 같은 경우 체력에 자신이 있어 만점을 받았지만,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해도 2차 체력검정에서 떨어지는 수험생을 많이 봤어요. 자신이 소방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시험 전에 틈틈이 체력을 기르는 것도 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시험에 합격한다 해서 바로 소방관이 되는 것이 아니고 각 지역 소방학교에서 구급처치, 레펠, 화재진압훈련을 받아요. 수십 킬로그램 되는 산소통에 방화복과 장갑 그리고 헬멧을 착용하고 땀 흘리며 화재진압훈련을 위해 뛰어다닌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합격한다고 해도 진정한 소방관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죠.
선배님의 대학생활은 어떠셨나요?
‘놀 때는 놀더라도 공부할 때는 공부하자’는 말이 제 대학생활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 같아요. 그만큼 대학시절에 후회 없이 놀았죠. 중문에서 매일 같이 친구들과 연애와 앞으로의 장래를 안주 삼으면서 술 한잔 한 것이 저한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특히 체육활동을 좋아해서 과내 체육부장을 맡아 친구들과 스포츠 활동도 자주 즐겼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학업이나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어요. 소방관을 준비할 때는 잠을 줄여가며 중앙도서관을 집삼아 공부했던 기억도 있죠. 덕분에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소방관이 될 수 있었죠. 같은 시기에 졸업한 다른 친구들보다 취업의 문을 빨리 열었죠.
소방관 일을 하면서 어려움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소방관은 사고발생시 구조나 화재진압업무를 주로 담당하지만 사고 이후 처리도 해요. 그래서 교통사고 현장이나 고독사 현장을 직접 마주하면 일반적인 시신부터 사고로 인해 훼손된 시신까지 다뤄야만 하죠. 그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가 않아 일상생활을 힘들어하는 소방관들을 본 기억이 있어요. 흔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라고 하죠. 그래서 저희 소방관들은 정기적으로 설문조사와 심리검사를 받고 있고 문제가 심각한 소방관은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정신상담을 통해 그런 부분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교대근무를 서다보니 생활리듬이 일정하지 않다는 게 어려운 점이죠. 최근에 기억 남는 것은 지난 7월에 있었던 강원도소방본부소속 헬기추락사고 영결식에 직접 참석한 거예요. 무엇보다 평소에 태백산에서 발생한 사고환자를 제가 근무하는 소방서로 이송하던 헬기가 사고가 난 것이라 더욱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소방관의 처우개선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소방관의 처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급여나 복지수준 등 다양한 조건을 본다면 언론이나 주위에서 얘기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우개선보다 시급한 것은 소방관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이에요. 소방차는 화재현장까지 최대 5분 이내 출동하는 것을 규정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화재를 5분 이내 진압하지 못하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져 재산과 인명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5분 이내 출동은 힘들어요. 그만큼 운전자들이 긴급한 상황이면 양보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제대로 이뤄지면 소방관도 편하게 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인명을 구조할 수 있죠. 그렇게만 된다면 소방관으로서 이것보다 더 좋은 처우개선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대단하지 않은 저에게도 한 사람의 삶을 구해낼 수 있는 직업이 주어졌어요. 이번 추석에도 편히 쉬지 못하고 근무했지만, 어떤 위기순간에 저희 소방관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항상 보람 있게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업 선택에 대한 후회는 안합니다.
특히 이번 생생취업 노하우를 통해 우리 학교에서 소방관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 학생 모두 대학시절 어떤 활동이든지 열심히 하시고 그 추억들 가지고 사회에 나가 좋은 일 하시길 바랍니다. 운도 운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김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