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의미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반세기 만에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를 이룩할 만큼 급성장을 겪으면서 보다 여유로워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보릿고개 시절, 하루에 세끼 먹는 것도 힘든 시기를 지나 현재는 음식의 양보단 질을 먼저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 그 결과 현대인들이 웰빙.유기농 식품을 찾거나, 직접 텃밭을 이뤄 싱싱하고 무해한 채소나 과일을 재배해 먹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시기인 만큼 ‘농업을 살리자’ 혹은 ‘환경을 지키자’라는 말은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흙을 살리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기 농업과 환경뿐만 아니라 흙을 살리는 기업이 있다. 이름부터 흙을 살리려는 의지가 가득한 유기농업 기업 ‘흙살림’을 소개한다.
흙살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올해로 설립 24년을 맞은 흙살림은 1991년, 괴산에서 ‘괴산 미생물 연구회’라는 작은 모임으로 출발했다. 이는 이태근 회장과 지역 농민들이 모여 만든 연구회로, 급격한 발전 때문에 농업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당시 네 가지의 설립 목적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농민과 소비자의 건강을 지킨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을 발전시킨다’, ‘미생물과 유기질을 활용해 흙을 살린다’, ‘우리 토양과 기후에 맞는 농사법을 연구.개발한다’였다. 이 연구회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미생물과 흙, 유기물 등에 관해 끊임없는 연구를 해나갔다. 1993년에는 ‘흙살림 연구소’로 개명하고, 1996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설립인가를 받아 ‘사단법인 흙살림 연구소’가 세워졌다. 2002년에는 친환경 농업 교육장을 설립했으며, 2004년에는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흙살림 오창센터를 개소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잔류농약 분석기관’으로 지정됐다. 그 후 2005년, 유통전문회사인 ‘흙살림 푸드’와 2010년, 토종 종자를 연구하는 ‘흙살림 토종 연구소’가 차례로 설립됐다. 이를 바탕으로 흙살림은 ▲쌀 품종검사 ▲토양 미생물 배양 ▲유기농업 기술 개발 ▲토양 관리 기술 등 농업에 있어서 다양한 성과를 냈다. 현재는 총 네 종류의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흙과 유기농업을 지키기 위한 유기적인 조직들
네 종류의 조직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본사인 ‘흙살림’은 유기농 연구소가 설치돼 있어 ▲유기농 자재 연구개발 ▲유기농 자재 생산과 판매 ▲농약 검사 및 분석의 역할을 맡고 있다. ‘흙살림 연구소’에는 토종연구소가 있어서 다양한 유기농법을 농민에게 교육하고 조언해주며, 도시농업과 토종농장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흙살림 푸드’는 유기농 생산물 유통, 급식소.대형마트에 공급과 더불어 생활꾸러미와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다. ‘한국 농식품 인증원’은 흙살림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을 승계받아, 친환경제품을 인증해주고 인증농가의 사후관리를 맡고 있다.
매출상승보단 유기농업과 흙을 고려한 제품들
흙살림은 ‘발효 유기질 비료’, ‘고급 유기질 비료’, ‘국내 최초 친환경 유기재배 수도 상토’ 같은 농산물들이 자라나는 바탕인 흙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유기농 토양으로, 흙에 영양분을 공급해 지속 가능한 흙 사용을 가능케 한다. 또한 병충해를 예방하는 살충용 천연 추출물, 살충용 BT 미생물, 토양 내 발생 해충 천연 방제 같은 제품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도 씨앗들이 병충해의 피해를 받지 않고 자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유통 방법인 ‘생활 꾸러미’가 있다. 생활 꾸러미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로 유기농 식품을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유기농 식품을 소비자에게 중간 유통 없이 직접 집으로 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유기농산물을 얻어 좋고, 생산자는 직접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유통과정 없이 제공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처럼 흙살림은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유기농업과 흙을 모두 고려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흙살림만의 강점과 최종 목표
흙살림은 흙과 유기농업 관리를 직접 통괄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흙살림은 생산과 유통만을 담당하는 타 식품기업과는 다르게 ▲교육 ▲컨설팅 ▲연구 ▲생산 ▲제조 ▲분석 ▲인증 ▲유통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홍보사업부 권사홍 부장은 “흙살림의 철학이 유기농업과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농산물 생산과 유통만 하지 않는다”며 “진정 유기농업을 위한 길은 농업과 흙에 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바탕으로 10년 후에는 흙살림이 유기농업의 선구자로서 유기농업을 선도하고 더 나아가 소중한 흙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전했다.
흙 같은 신입사원을 찾는 흙살림
흙은 정직하고 근면 성실하다. 또한 노력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시간을 기다릴 줄 알고, 흙과 다른 것들도 품을 수 있는 온화함을 갖고 있다. 흙살림은 사원을 채용할 때, 이처럼 흙을 닮은 인재를 찾는다. 흙살림의 채용공고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채용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수시채용을 하고 있으며 1차는 서류전형, 2차는 면접평가로 이뤄진다. 영업, 생산, 홍보, 인사 등 대부분 부서는 전공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연구.분석 부서는 농업 관련 전공자를 우대한다. 직급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순으로 구성돼 있고 신입사원은 초기 3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갖는다.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이태근 회장은 “평소 농업에 관심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며 “항상 농민과 농촌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을 갖고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지원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흙살림이 청춘에게
요즘 ‘대기업 병’이나 ‘공무원 병’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임금 혹은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런 현실에서 흙살림 기업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농자재사업부 영업팀 송지은 대리는 “요즘 대기업 취업의 관문이 높아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스스로 눈높이를 조금 낮춰 중소기업에서 실무를 빨리 배워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서도 매우 다양한 업무를 배울 수 있어서 학생들이 일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보사업부 권사홍 부장은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오직 본인의 전공이나 관심사에만 노력하는 것보단 접해보지 않은 부분도 항상 도전해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태근 회장은 “요즘 학생들이 처음부터 크고 좋은 것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천천히 경험을 쌓으며 원하는 것에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관수 기자
hand@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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