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가 박물관에 전시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4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발굴된 문화재를 실온에 안치하거나 섣불리 건드려 원형을 훼손하는 일이 잦았다. 이는 ‘보존과학’의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정부는 문화재 훼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2009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를 신설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금속, 도자기, 직물, 목재 등 다양한 재질의 문화재를 대상으로 과학적인 보존처리와 응급수습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는 문화재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존과학 분야를 선도하다
우리나라의 보존과학 분야에 있어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최고의 인력과 장비, 기술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복원한 유물은 경기도 연천 고구려 유적 출토 철제갑옷,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도자기, 칠백의총 순의비, 원주 동화리 벽화, 이충무공 지류유물, 숭례문 현판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문화재의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손길을 거쳤다.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다 환경에 민감한 금속, 직물, 금동 등의 문화재가 나오면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협조를 요청한다. 현장에 출동한 센터 직원은 유물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흙까지 그대로 퍼올려 유물을 센터로 가져간다. 이후부터 본격적인 보존처리가 실시된다. 먼저 유물의 재질과 수습 상태에 따라 엑스레이를 찍는 등 기초조사를 하고 어떤 유물인지 파악되면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그다음 건식이나 습식 등 해당 유물에 적절한 방법을 채택해 유물을 세척한 후, 강화처리를 통해 공기 노출에 유물이 부서지는 일을 막는다. 끝으로 유물을 원형으로 복원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은 박물관이나 발굴자에게 전해진다.
공학도에게 매력적인 직업
문화재는 재질에 따라 유기질문화재와 무기질문화재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섬유, 목재, 종이, 가죽 등 썩는 것이 유기질문화재이며 금속, 유리, 석재와 같이 부식되는 것은 무기질문화재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재료별로 가장 적합한 보존법 적용을 위해 연구실을 세분화해 유물의 종류마다 그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재료공학, 화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보존처리에 사용돼 관련 이공계 전공자들의 학예연구직 지원이 환영받고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 학예연구원으로 취업하기 위해선 몇 가지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문화재보존학이나 재료공학 등 보존과학에 관련된 학위는 필수다. 만약 학사과정에서 이를 만족하지 못했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관련 전공의 학사학위 취득자에게는 5년, 석사학위 취득자에게는 2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지만 박사학위 취득자에제는 별도의 경력을 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격요건 외에 토익, 봉사점수, 유학 등 별도의 스펙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채용시험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1차는 한국사와 세계사 시험이고, 2차는 전공시험이다. 전공시험은 ‘복식유물의 보존처리 방법에 대해 논하시오’, ‘XRF(X선형광분석기) 분석 방법과 결과를 논하시오’ 등과 같은 논술식 문제가 출제된다. 두 시험과 마지막 관문인 면접까지 통과하면 최종 합격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옅은 경계
학예연구원 정규직은 6급 공무원에 준한다. 정규직은 기존 인원이 비었을 때 비정기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나, 사업이 확장되거나 새롭게 생겼을 경우에 모집하는 비정규직 기간제 채용이 훨씬 더 많다. 기간제 근로자는 1년 단위로 계약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지속적으로 재계약이 이뤄진다. 정규직으로 전환을 원할 경우에는 정규직 채용공고에 맞춰 별도로 지원해 다시 채용시험을 봐야 한다. 기간제 근로자라도 복지는 정규직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출산 휴가, 육아휴직 등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김순관 학예연구관은 “보존과학 분야는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다른 공무원 시험보다 경쟁률이 적은 편”이라며 “문화재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매년 2~3회 보존처리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한다면 문화재보존과학센터 홈페이지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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