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총학생회 회장 K씨가 여학생 성추행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난 1월 12일 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임기를 불과 50일가량 남겨 둔 시점이었다.

 지난 1월 10일 학교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K씨는 “저에게 성추행 당한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바입니다”라며 “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던 열혈여아 총여학생회 측은 “형사 고발 조치까지는 가지 않고 사퇴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은 1월 3일부터 4일까지 있었던 신․구 학생회 LT에서 발생했다. K씨는 “술에 취했으니 좀 쉬겠다”라며 여학생들만 자고 있던 여학생 수면실로 들어갔고, 잠을 자고 있던 차기 사회과학대 L 회장을 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인 L 회장은 다음날인 1월 5일 우리 학교 본부 학생처와 총여학생회, 양성평등상담소에 사건을 알렸다. 자신이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K씨는 1월 7일 김향숙 학생처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피해자 L 회장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과 총여학생회 측이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공개 사과와 총학생회장직 사퇴를 요구하자 다음날인 1월 8일 말을 바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던 K씨는 총여학생회와 피해자의 소속 단과대 학생회의 진상 조사, 그리고 학내 여론의 뭇매 끝에 1월 12일 대자보를 통해 공개 사과를 하고 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일각에서는 양성평등상담소 측이 ‘좀더 적극적이고 적절하게 움직였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 사건의 성격상 신속한 징계위원회 소집이 불가피한데도 절차적 이유 때문에 소집 일정이 늦어졌으며, 상담과정 자체의 원론적 태도로 인해 피해자 측이 결국 총여학생회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측은 “사건이 종결 될 때 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며 “징계위원회의 소집을 위해선 각 위원의 일정 조율의 필요해서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사건의 진실 공방이 오가면서 총여학생회와 피해자 측이 총학생회장 및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이 있었다. 학내의 일부 누리꾼은 학교 게시판에서 “실명까지 공개하는 것은 인권에 위배된다”며 총여학생회와 피해자 측을 비판했다. 하지만 총여 측은 “실정법과 성범죄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상 ‘공인의 공적 활동과 관련 있는 사안에 관해 진실을 공표한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익성을 인정해야 한다(2005년 대법원 판례)’는 부분이 명시돼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총학생회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학교의 이미지 실추 등을 우려한 대학 본부 측이 이번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총여학생회와 피해자 측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의 한 측근은 “본부 관계자 등은 우회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라’거나 ‘좋게 합의 보라’는 식의 말을 자주했었다”며 “실질적인 사건 해결이나 진상 조사의 의지는 없어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학 본부 측에서는 “이미 해결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