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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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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금연 특효약 되지 못한 ‘담뱃값 인상’
제 887 호    발행일 : 2015.02.09 



 
정부, 금연 위해 ‘가격 인상’ 히든카드 내밀어

  정부는 이번 담배가격 인상의 목적이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4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에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실제로 2,500원였던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은 일본(4,350원), 미국(6,680원), 영국(1만1,620원) 등 OECD에 가입된 선진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에 속했다.
  지난 2004년 정부는 담배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그 결과 성인 남성 흡연율이 12% 감소했고, 담배 생산량이 26% 감소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담배가격 인상만으로도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10년에 질병관리본부도 담배가격 인상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보아 2015년에 실시한 정부의 담배가격 인상이 본래의 목적인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낮춰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흡연자들 중 담뱃값 인상 후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금연을 결심한 이원형(청주시 상당구.22) 씨는 “담뱃값 인상 때문에 금연을 결심했다”며 “주변에 나처럼 1월 1일부터 금연을 결심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담뱃값 인상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담배가격 인상 정책은 시행 한 달 만에 효과를 드러냈다. 현재 전국 지자체 보건소가 금연클리닉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연일 전례 없는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는 새해 첫날 1만 7,241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달 2일부터 16일까지 총 10만 5,332명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등록자 수(2만 7,209명)의 약 3.9배나 되는 수이다. 또한 충청북도의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3,374명)는 작년보다 약 4배 가량 증가해 전국 시.도에서 13번째로 높은 증가율(304.6%)을 보였다.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담배가격 인상이 확실시된 12월부터 서원구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은 금연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재작년 12월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는 132명에 불과했지만 작년 12월에는 337명으로 작년의 약 2.6배에 달했던 것이다. 지난달 역시 작년보다 약 1.4배 높은 등록률을 보였다. 이렇듯 금연클리닉 등록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상담을 받지 못하거나, 예약이 밀려 금연 상담을 받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등록자들의 금연 원인으로는 담배가격 인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서원구 보건소 건강증진팀의 김례미 주무관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담배가격 인상 정책이 금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 겪는 소비자와 판매자

  담배가격이 올라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담배가격 인상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흡연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무기력하게 흡연할 권리를 잃게 됐다고 말한다. 평소 흡연을 즐기던 김종관(청주시 흥덕구.42) 씨는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이 금연을 결심했다”며 “주머니 사정 때문에 원치 않은 금연을 해야 하는 처지가 서럽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무대포식 가격 인상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는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한섭(고양시.21) 씨는 “금연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금연보조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어야하는데, 무턱대고 담배가격만 올려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담배가격 인상이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은 아닌지 담배가격 인상의 목적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담배 소비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 역시 울상이다. 담배가격 인상 이후 담배 판매율이 감소하자 판매자 또한 큰 피해를 입은 사례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주요 판매 물품이었던 담배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매상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소매점의 경우 매상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편의점 지점을 운영 중인 고종익(청주시 상당구.90) 씨 또한 담배가격 인상 때문에 얼굴에 수심을 드리웠다. 그는 “12월에는 재고가 없어서 담배를 못 팔았지만, 현재는 담배를 찾는 손님들이 없어서 담배를 못 파는 상황”이라며 “담뱃값 인상 이후 매출이 40%는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담배를 사러 온 손님이 다른 물품들도 하나둘 씩 사가곤 했는데 이 또한 줄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담배를 보루 째 판매하는 대형마트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유명 대형마트 중 하나인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1일 담배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49% 감소했다.
  한편 주거단지 내에서 슈퍼를 운영 중인 강경순(청주시 서원구.67) 씨는 “담배의 시중판매 가격과 면세점 가격이 달라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면세점에서 싼 값에 담배를 대량으로 구매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탓에 우리 가게 같은 동네 작은 슈퍼의 담배 판매량이 더욱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귀포시내 내국인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면세점 담배 판매량은 전월 대비 60%, 전년 동기 대비 13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중에서 한 갑당 4,500원에 판매되는 담배의  가격이 면세점에서는 약 1,900원으로 시중판매 가격의 4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 탓에 현재 면세점에는 담배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정부가 면세점 담배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지만 인상돼도 한 갑 당 3,000원을 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이는 국내 면세점에만 적용되고 해외 면세점에는 적용조차 되지 않아 담배 소비자의 면세점 쏠림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 부작용, 각종 범죄로 이어져

  담배가격 인상 이후 판매자들이 입은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급격히 오른 담배가격 에 불만을 품고 어떻게든 이를 피해가려는 소비자들이 벌이는 각종 범죄가 판매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새해가 밝기 전엔 담배 사재기가 극성이더니 이제는 담배도둑이 연일 뉴스에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작년에 구입한 담배를 가격 인상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불법으로 되파는 등의 범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 또한 집중단속을 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매점에서 행패를 부리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있지도 않은 가격이 낮은 담배나 텅텅 빈 작년 담배의 재고를 찾는 소비자들이 소매점에 피해를 주는 일이 잦아졌다. 편의점 지점을 운영 중인 이정숙(청주시 상당구.42) 씨는 “담뱃값 인상 이후 작년에 들여서 팔고 남은 담배 재고를 찾는 손님이 하루에도 몇 명씩이나 온다”며 “일부 손님들은 막무가내로 싼 담배를 내놓으라며 카운터를 막고 소란을 피워 영업을 방해하기도 하는데, 이런 손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또한 손님이 피운 소란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다짜고짜 왜 담배가격을 높이냐며 욕설을 내뱉으며 분명 재고를 쌓아놓고 숨겨 놓는다며 담배 재고를 보여 달라고 언성을 높이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판매자들은 최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마땅히 상황을 해결할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시적인 효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잇따라

  약 한 달간의 경과를 지켜본 결과 담배가격 인상는 확실히 담배 판매량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제시한 목적인 흡연율 감소 역시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해외 사례에서도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 현상이 확인됐는데, 미국에서 2009년 연방 담배 소비세가 61.66센트 늘어 담뱃값이 22% 정도 오르자 담배 판매량이 1년 사이 11% 줄어들었다.
  그러나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이마트는 1월 한 달간 담배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매출 감소폭이 점차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1월 첫째 주 담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했지만 둘째 주와 셋째 주에는 각각 72%, 64%로 감소율이 줄었고, 넷째 주에는 57%까지 떨어졌다.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상용(청주시 서원구.63) 씨도 “지난달 초에는 담배 판매량이 많이 줄었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기대한 금연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와 같은 대체상품으로 눈을 돌려 담배 판매량은 줄어들었지만 ‘진짜’ 금연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오픈 마켓 G마켓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을 전후한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자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배 이상 증가했다.
  담배가격 인상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채령 주무관은 “1월 한 달간 담배판매량은 전년 대비 30~40% 줄었고, 1월 한 달간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가 15만 명을 넘어섬과 동시에 10만명 돌파시점도 지난해보다 2달 이상 빨랐던 것을 보면 담배가격 인상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앞으로 판매량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연 홍보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반기 중 경고그림 도입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2020년 까지 29%의 흡연율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월 25일부터 금연상담, 보조제, 금연 약물치료 등 건강보험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 가까운 병원, 의원에서도 금연 치료 등을 받을 수 있어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 시도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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