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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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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도희&이진주
‘빚투’청년들의 빚을 세금으로?
제 968 호    발행일 :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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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 일명 ‘빚투족’의 빚을 갚아준다는 말이 나와 논란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생긴 손실금을 탕감해주겠다는 소리에 ‘주식 투자 안 한 사람만 바보 되는 정책이다’, ‘왜 나랏돈으로 그걸 갚아줘야 하냐’ 등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논란을 만든 건 정부의 ‘청년 특례 채무 조정’과 서울회생법원이 마련한 ‘실무 준칙 제408호’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의 내용이 과연 전부 사실일까. 근거가 불확실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청년 특례 채무 조정’과 ‘개인 회생 실무 준칙’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빚투 탕감이라고? 논란의 시작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7월 14일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과 계획을 발표했다. 12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민생안정 금융지원에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늘어난 취약 차주(借主)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주요 추진과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융 애로 완화 ▲주거 관련 금융 경감 ▲서민 저신용 금융지원 보완 및 민생범죄 근절 ▲청년의 재기 지원을 위한 채무 조정 강화 및 재산형성 지원 등이다. ‘청년 특례 채무 조정’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날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은 “투자손실 등으로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신속 채무 조정 특례 제도를 신설하고, 기관 간 협업을 강조하겠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바로 이 문장에서 시작됐다. 마치 빚내어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청년을 위한 정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는 일종의 도박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잃은 돈을 갚아준다니 허무하다”, “성실히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소상공인 지원 정책 ‘새 출발 기금’에 해당하는 ‘원금 탕감’ 내용이 같이 보도되며 빚내서 투자한 사람의 원금을 세금으로 갚아준다는 오해가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김주현 위원장은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조금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다 보니 언급된 것이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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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6월 28일 마련한 ‘실무 준칙 제408호’ 역시 빚투족을 위한 탕감 대책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인 회생 실무 개선 TF’를 구성해 조사한 결과, 채무자가 갚아야 하는 총금액이 투자 손실금보다 무조건 많아야 한다는 논리로 제약을 가하는 사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에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손실을 본 채무자의 변제금의 총액을 정함에 있어 그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를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실무 준칙 제408호’를 만들었다. 이는 7월 1일부터 시행해 현재 회생절차에 적용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기대 효과로 투자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가 앞당겨질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실무 준칙이 발표되고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투자로 인한 빚을 줄여주는 것에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이는 ‘변제금의 총액을 정함에 있어 손실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갚아야 할 금액에서 손실금을 직접적으로 삭감해 준다’로 곡해됐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회생법원이 이번 준칙을 만든 배경을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실패로 인한 청년층의 부채 부담 증가라고 밝히면서, 해당 준칙이 청년층에만 적용되는 것이란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의 설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파산 수준까지 간 사람들의 경우 빌린 돈을 투자한 데 쓴 돈이면 그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라거나, “주식 및 가상화폐에서 손해를 본 돈은 빚 계산에서 빼주겠다”라고 보도한 것이다. ㅊ(대전 동구·21) 씨는 해당 보도를 보고 “투자해서 생긴 손실금을 아예 갚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손실금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들린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부풀려진 오해, 그 진실은

  ‘청년 특례 채무 조정’과 ‘실무 준칙 제408호’ 모두 세금으로 ‘빚투족’의 빚 원금을 탕감해준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청년 특례 채무 조정’의 내용은 채무와 소득 재산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해주고, 연 3.25%의 낮은 이자율로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것으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신속 채무 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원금 감면의 내용은 없고 이자율과 상환 기간만 조정된다. 특히 기존의 채무조정과 비교해보면, 기존의 채무조정은 연체일이 31일 이상인 차주에게 30~70% 이자 감면 조치를 해준 데에 비해 연체일이 30일 이하일지라도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30~50% 이자 감면 조치를 한다. 이처럼 논란이 뜨거웠던 ‘원금 감면’의 내용은 없으며, 이자율과 상환 기간의 조정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청년 특례 채무 조정’은 만 34세 이하 신용 평점 하위 20%의 취약 차주가 대상이므로 수혜자를 빚투족으로 보긴 어렵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청년 중 ‘투자 실패’로 채무 연체가 발생한 경우는 0.8%에 불과했다. 실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학생을 포함한 미취업청년 중 채무조정 확정자의 연체 발생 사유를 보면 ▲생계비 지출 증가(30%) ▲실직(21.3%) ▲금융비용 증가(12.9%) ▲근로소득 감소(12.7%) 순으로 생계비 지출과 실직으로 인한 연체 발생 비중이 제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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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회생법원의 ‘실무 준칙 제408호’는 ‘개인회생절차’에 대한 준칙으로 역시 세금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다. ‘개인회생절차’란 지속적인 수익이 있는 채무자가 과도한 채무로 파탄에 직면한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개인의 파산을 막는 제도다. 채무자는 3년 혹은 5년간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근로소득으로 정해진 빚을 상환하면 나머지 갚지 못한 채무는 면제받을 수 있다. 이때 채무자가 갚지 못한 채무는 오롯이 채권자가 감당하므로, 세금이 사용될 일은 없다. 개인 회생을 신청하기 위해선 채무자가 파산하였을 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총액인 청산 가치보다 빚이 많아야 하는데, ‘실무 준칙 제408호’는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생긴 손실금을 청산 가치에서 제외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법원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청산 가치에 투자 손실금까지 반영해왔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5천만 원을 주고 산 주식이 현재 가치는 2천만 원여도 청산 가치는 5천만 원으로 측정했다. 그러나 ▲실제 청산 능력보다 높은 변제금 산정 ▲변제 기간 증가 ▲빚보다 재산이 더 높게 측정돼 회생절차 선택 불가 등의 문제가 생겨 ‘실무 준칙 제408호’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백주선 변호사의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 준칙은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평가할 때의 기준처럼 주식과 가상화폐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또한 준칙 때문에 빚투가 조장된다는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며,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 대출기관도 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출받는 단계에서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실무 준칙 제408호’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과 혼동돼 청년층에게만 적용된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달리 거주지와 직장이 서울인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제기되는 형평성 문제

  이처럼 오해로 생긴 논란이지만, 여전히 형평성 문제는 남아있다. 먼저 ‘청년 특례 채무 조정’은 청년층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김진일 교수는 “사회적으로 채무를 어쩔 수 없이 진 것이고, 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가 올 수 있다. 도움을 받은 청년들이 후일에 조심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재 경제학적인 접근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점으로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을 들기 전과 후의 피보험자의 태도가 다른 것처럼, 청년들의 빚을 갚아주기 전과 후의 태도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제도가 생길 때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는 어렵다. 결국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이러한 제도가 왜 필요한지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또, 청년 중에서도 적용 대상을 어떻게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제외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포함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밝혀주느냐가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두 번째로 ‘실무 준칙 제408호’를 서울회생법원에서만 시행한다는 점이다. 즉, 서울시민만 이 준칙을 적용받는다. 이에 대해 ㅇ(청주 서원구·49) 씨는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서울시민에게만 다른 준칙을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준칙 적용이 세금이나 지방세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전국에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라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도 시행 이전에 채무를 이행한 채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일부에서 지적된다. 그러나, 상황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하므로 제도 마련과 시행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약 1,869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율이 104%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을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세대, 지역, 과거와 현재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경기 불황과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이 ‘빚’으로 무너진다면 국가의 미래가 위태로울 것이다. 국가의 정책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많은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박도희 기자
dohui@chungbuk.ac.kr
이진주 기자
dlwlswn598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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