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각장애인연합회 박상명 사무국장 인터뷰
 
청주 내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설치 실태 조사 결과를 가지고 충북시각장애인연합회를 찾아갔다. 충북시각장애인연합회는 1981년 5월 1일 설립 이후로 점자 도서관, 재활·행사 사업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연합회다. 자리에 앉아 기자가 가져온 카메라를 통해 전날 찍었던 시각장애인 유도블록들을 본 박상명 사무국장(35·사회복지사)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예상했던 것이라는 듯 말이다.
 
- 유도블록의 재질이나 색깔, 규격 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약시가 있는 사람도 있다. 이분들이 구별할 수 있는 색이 바로 노란색인데, 요새는 미관상 일반 보도블록이나 은색 스테인리스로 유도블록을 만드니까 그나마 색깔로 길을 구분했던 분들도 이젠 구별하기가 힘들다."
 
- 일반 블록을 이용해 만들어낸 엉터리 유도블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래 보도블록하고 모양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블록을 만드는 것일 텐데, 이렇게 되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명백한 보여주기 식 설치인거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설치해달라고 밀고 나갈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법에 걸리는 일이지만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터리라도 이렇게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워낙 안 되어 있는 곳들이 많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만들어만 줘도 고마운 거다."
 
- 길을 가다보면 볼라드가 유도블록을 막은 경우가 많았다
"볼라드 설치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 노인, 자전거 등 많은 대상이 겪는 문제다. 걸려 넘어지니까. 볼라드는 사실 없애는 게 가장 좋다. 솔직히 횡단보도를 막고 주차하는 차는 별로 없다. 그런데 지방은 예산 때문에 이 문제를 잘 안 건드리는 것 같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차량진입방지 효과가 더 크다고 믿고 있는 것도 있고. 차라리 세울 거면 높이 규격을 좀 새로 맞췄으면 좋겠다. 충분히 높으면 감지가 가능하고 걸려 넘어질 위험도 없다."
 
- 사실 장애인을 위한 시설 설치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버스 정류장 앞에 유도블록이 있어야 하는 것이 법으로도 맞다. 하지만 설치가 다 되어 있으면 뭐하나.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못타는데. 사실 버스는 누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시각장애인이 혼자 타는 게 불가능하다. 또 어디서 어떻게 내리는지 시각장애인이 혼자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혼자 탄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췄다고 가정하자. 이때 장애인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 애초에 건설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란 말을 봐도 그렇다. 이건 편의시설이 아니라 필수시설인거다. 이 시설이 없으면 다니지를 못하니까.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면
"시민들이 이런 부분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하나의 옵션으로 여기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장애인 편의시설을 먼저 짓고 나서 건물 구조 변경을 하겠으니 도움을 달라던 분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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