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9.03 화 11:53 
남소연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960번이나 도전했던 차사순(69)할머니. 최근 국내 모 자동차의 CF뿐만 아니라 해외 토픽에서도 등장할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도 한참 떨어진 완주군 신촌리. 그곳에는 새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차를 애지중지 닦고 있는 멋쟁이 할머니가 있었다.
“비가 와서잉 차에 먼지가 껴서 말이제.”
자칫 하얀 차가 더러워질까 걱정 되는 듯 차 이곳저곳 꼼꼼히 걸레질 하는 할머니. 집안에 들어간 할머니는 방문에 붙여놓은 종이 한 장을 멋쩍은 듯이 가리키며 수줍게 웃었다.
‘반듯이(반드시) 합격!!’
지난 세월 자나 깨나 합격을 바랐던 할머니의 의지가 빛바랜 종이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광고가 나오기 전에도 차사순 할머니는 잦은 TV출연으로 이미 완주의 ‘스타’였지만, 광고가 유명세를 타면서 요즘엔 몰라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재래시장에 야채를 팔러 나가는 날에는 수백명이 할머니를 알아본다고 한다.
“(사람들이)많이 알아봐. 운전면허 붙은 아줌마라고 하면서. 근디 창피하제. 내가 혼자 잘 해야 되는디 맨날 티비에만 나오고 긍께 여러 사람이 다 아니까 창피하드라고. 나 혼자만 알려고 했는디.”
갑작스런 유명세에 정작 할머니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아직 자신이 나오는 광고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금한디 티비를 잘 안틀어서잉. 티비도 잘 나오지도 않고. 그랴서 아직 한 번도 못 봤어.”
할머니가 운전면허시험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5년 전이었다.
“나는 남들 운전하고 댕기는 거 보면 부럽더라고. 그랴서 나도 한번 배워보자. 운전 한 번 해 봐야겄다. 긍게 인자 합격을 해야 운전면허증도 따고 운전을 할 수 있으니께. 다들 운전도 배우고 다 그러잖여. 긍디 합격 못 하면 운전을 못 배우잖여. 그래가지고 그랬제.”
단지 운전을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 수십년 동안 책상 앞에서 연필을 들었던 적이 없었기에 할머니에겐 ‘필기시험’을 준비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아휴 그냥 잠이 와도 저녁에도 공부하고 그랬지. 아주 죽겠더라고.”
아침에는 시장에 나가 직접 재배한 오이나 호박을 시장에 내다 팔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노곤한 몸을 이끌며 필기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단 한번도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포기하면 중간이라 아무것도 모르니께 끝까지 해부렸어. 그라믄 다 알 수 있다고. 중간에서 포기를 하면 모르잖여. 그라믄 안 다니는것만 못혀. 계속 다니면서 점수 맞고 합격을 해야제. 나는 만점이나 맞으면 합격할까 했더니만 그래도 60점이 나오니께 합격해부렸대.”
아직도 합격했던 당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은지 얘기하는 내내 할머니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할머니가 사는 신촌리는 한 시간에 고작 버스 한 대가 지나다니는 산골마을이다. 전주시내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까지 왕복하는 일도 할머니에게는 만만찮은 여정이었다.
“운전면허 시험장을 일주일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갈 때도 있었어. 핵교 다니듯이 계속 갔제. 떨어지믄 공부를 해서 또 가고 또 가고 그럇제. 필기시험을 처음 볼 때는 25점. 그래서 공부 좀 해서 나중에는 30점, 35점 이렇게 올랐제. 그래 가지고잉 시험 보는데 50점도 맞고 58점도 맞고. 몇 번 맞았어. 막 40점도 맞고 45점도 맞고. 근디 60점을 못 맞어가지고잉. 계속 다녔제.”
교통비와 시험응시비도 만만찮았다.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한 것도 올해로 5년째. 그동안 이 시험을 보기 위해 썼던 경비가 무려 2000만 원에 육박했다.
“운전면허시험에 쓰는 돈이 아깝지는 않은디 언능 합격을 해야 했제. 공부는 집에서 계속하는디 합격이 안되니까 초조하더라고. (경비를 마련하려고)점심때나 토요일, 일요일에 나가서 야채 팔았어. 장사 못할 때는 있는 돈으로 차비하고. 야채는 많이 팔면 만원도 넘게도 팔리고 이런 돈 조금씩 모아서 썼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어렵게 마련한 운전면허증으로 할머니는 앞으로 전주 시내에 위치한 자식들의 집에 자주가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 하나를 털어놨다.
차사순 할머니는 끝으로 젊은이들에게 도전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대학교까지 다니면은 공부를 많이 했겠제. 그니께 도전을 끝까지 하면은 꿈을 이뤄서 돈도 많이 벌고 그럴꺼 아니여. 도전을 한다는 건 말이여. 뒤는 돌아보지 않고 앞만 주구장창 내다봐야 하는 것이여. 그게 미련하게 보일 지는 모르겠는디,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잖여!”
남소연 수습기자suwon199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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