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열린 대의원 정기총회의 모습 속에는 형식과 절차적 정의만이 난무하는 공허한 ‘표결행사’의 모습이 일부 섞여 있었다. 정기총회는 사업계획과 예산계획을 발표하는 이들에게도, 그것을 듣고 적합함과 부적합함을 판단하는 이들에게도 사실은 피곤한 자리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시간만 보내려 총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과대학의 한 상임위원은 전체 예산의 1/3정도를 회식비와 LT비로 책정한 학생복지위원회(아래 학복위) 측을 비판했고, 불필요한 LT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등의 신랄한 지적을 쏟아냈다. ‘회식비가 많으면 줄이겠고, LT를 가서는 인수인계에 관련한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해명하는 학복위 측의 말은 객관적인 설득력이 부족했다.
공대 상임위원의 의문처럼, ‘회의는 꼭 LT를 가서 해야만 하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변명을 하는 학복위 측의 말이 어불성설인지, 자가당착인지 명쾌하게 판단하기도 모호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떤 중요한 회의라도 생산적이기만 하다면 좁아터진 몇 평 자취방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더군다나 더욱 기자를 씁쓸하게 만든 것은 총회를 주관하는 총대의원회(아래 총대)의 ‘중앙자치기구 감싸기’였다. 그들의 모습은 학복위 등 자치기구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예산안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예산안을 한 번 바꿀 기회도 있다’는 등 불쑥불쑥 해명을 돕는 형세로 비춰졌다. 총회에 참석한 어느 단대 상임위원들의 ‘총대가 왜 저렇게 나서느냐’는 불만 섞인 대화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누가 보든 모양새는 결코 좋지 않았다.
지루한 시간이었던 본회의에서 몇 번의 설전이 오간 후 예산안 인준을 위한 상임위원들의 표결이 시작됐다. 표결 결과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를 제외한 모든 자치기구들이 예산안 인준을 받았다. 총대에서 변호를 별로 해주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다른 자치기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던 총동연만이 부결됐다. 정작 확실하다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비판을 받은 학복위는 반대 단 4표로 가결됐는데 말이다. 이에 한 단대 상임위원은 “오히려 학복위가 예산에 있어서 문제가 많았는데도 표결에 아무런 부정적 영향 없이 높은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며 “이것은 각 자치기구나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도 인맥이나 텃세가 작용함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사회는 우리가 사는 전체 사회의 축소판이다. 국회에서 정치를 하는 의원들이 편 가르기를 하고, 자신들의 인맥을 바탕으로 소외된 정치세력을 암암리에 탄압하는 모습과 대학생들이 총회에서 한 기구를 따돌리는 모습이 과연 뭐가 다를까.
대학정치는 단어 그대로의 ‘정치’가 아니라 학생대표 스스로가 학생들을 포용하는 ‘자치’의 표상이어야 한다. 편 가르기를 해서 ‘우리 편’만 감싸는 자치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기성 정치판을 답습하기엔, 우린 아직 너무 젊다.








최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