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에 기록된 ‘초정(椒井)’은 ‘후추처럼 톡 쏘는 물이 나오는 우물’이란 뜻이다. 땅속 깊은 곳의 화강암층에서 솟아나는 탄산수인 초정 광천수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독일의 아폴리나리스(Apollinaris), 미국의 샤스터(Shasta)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힌다. 초정치유마을(이하 치유마을)은 초정 광천수가 있는 내수읍 초정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오후, 치유마을로 향했다. 우리 학교 정문에서 버스로 약 1시간 30분, 승용차로는 약 30분 거리다. 청주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드는 순간부터가 진짜 힐링의 시작이다. 창밖으로 낮은 산과 논밭이 이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반겨준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 짧은 시간조차 이미 일상과는 다른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높고 푸른 산을 배경으로 육각형 모양의 치유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거나 크지는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차분한 인상을 줬다.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도 방문객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분위기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2024년 10월 11일에 개장한 탓에 시설이 깨끗하고 관리가 잘 돼있어 정돈된 느낌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데스크 직원이 조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맞아준다. 안내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큰 소리도, 번잡한 분위기도 없었다. 직원들이 내는 목소리 톤 자체가 이미 치유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설명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치유마을은 크게 몸 치유, 마음 치유, 순환 테라피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몸 치유는 이완형과 수압형 두 종류의 스파치유풀, 탄산와츄풀 그리고 개인 광천욕이 있다. 마음 치유는 신체 활력을 높이는 바디명상, 자율신경을 안정화하는 호흡명상 그리고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브레인명상이 있다. 순환 테라피에는 미디어 오감 테라피, 온열 테라피와 버블 테라피가 있다.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온열 테라피에서 땀을 흘릴 수 있기 때문에 마음 치유, 순환 테라피 이후 몸 치유 순으로 체험하길 추천한다. 마음 치유 프로그램은 주말만 운영한다.
프로그램 안내를 받은 뒤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갔다. 평일이라 마음치유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아서 순환 테라피, 몸 치유 순서로 체험했다.
순환 테라피의 첫 번째 코스는 미디어 오감테라피다. 공간에 들어서자 정면의 큰 스크린에 울창한 숲과 잔잔한 물소리가 펼쳐졌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빠지고, 화면 속 자연이 실제처럼 느껴졌다.

다음은 온열 테라피였다. 약 40도로 가열된 온돌침대에 눕는 방식이다. 처음 누웠을 때는 전기장판보다 덜 따뜻한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등 쪽부터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근육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몸의 긴장이 얼마나 쌓여 있었는지 실감했다. 주말에는 10분만 체험할 수 있지만, 평일에는 원하면 10분을 더 체험할 수 있다. 함께 누워 있던 방문객이 “어휴, 몸이 저절로 녹네”라며 감탄사를 흘렸다.
마지막 순환 테라피는 버블 테라피였다. 고운 쌀로 만든 버블로 전신을 씻어내는 방식이다. 쌀 버블샤워는 각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 다만 민감성 피부는 자극에 주의해야 하고, 건성 피부는 이후 보습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좋다. 과도하게 사용하면 피부 장벽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순환 테라피를 마친 뒤 몸 치유의 스파치유풀로 이동했다. 이완형과 수압형 두 종류가 있는데, 물이 나오는 형태의 차이였다. 테라피 코스와 가까이 위치한 이완형 스파치유풀을 먼저 체험했다. 풀에 발을 담갔을 때 물 온도가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아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목과 등에 물을 뿌리는 장치, 온몸에 물을 뿌리는 장치, 등에만 집중적으로 분사되는 장치가 각각 마련돼 있었다. 수압형은 이완형보다 물의 세기가 강해, 뭉친 근육을 좀 더 강하게 풀고 싶다면 수압형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광천수로 채워진 풀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일반 온천과는 달랐다. 피부에 닿는 물의 질감이 더 부드러웠다. 탄산 성분 때문에 피부가 약간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 3대 광천이라는 수식어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치유마을을 나서는 발걸음은 들어설 때와는 사뭇 달랐다. 몸이 가벼웠고, 머릿속이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귀갓길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내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풀린 긴장 덕분에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다.
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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