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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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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데스크칼럼> 절차 무시한 선거가 남긴 신뢰의 공백
제 995 호    발행일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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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 동안 우리 학교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밀어붙인 총장 선거로 제법 시끌시끌했다. 선거는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이는 단순히 다수의 선택을 보이는 계산기일 뿐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간 합의와 숙고의 과정을 보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절차의 정당성과 결과의 정당성을 모두 얻을 때 피어나는 꽃인 것이다.
  이번에 진행된 총장 선거는 합의와 숙고의 과정을 보장하기엔 너무도 급해 보였다. 먼저 교원.직원.학생 3주체가 참여하는 선거참여비율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총추위는 이전 선거의 반영 비율(교원 69%, 직원 23%, 학생 8%)을 그대로 가져다 선거 공고에 기재했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숫자가 마치 합의된 것처럼 당당히 올라간 것이다.
  총추위가 공고에 적힌 선거참여비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직원회와 총학생회가 총추위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총학생회는 선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이 갈등은 선거일 하루 전인 7월 9일에 극적으로 봉합됐다.
  앞서 말했듯 선거는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 자체의 정당성이 중요하다. 사실상 합의의 정당성을 얻는 절차다. 누가 얼마만큼의 몫을 갖는지가 먼저 합의돼야 선거는 비로소 시작될 수 있고, 투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총장 선거에서는 그 순서가 크게 틀어져 있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고, 정책토론회와 합동 연설회까지 진행되는 동안 정작 가장 중요한 3주체의 선거참여비율은 합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표를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는 중에도 정작 그 표가 최종 결과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던 것이다. 규칙을 정하지 않고 경기를 시작한 셈이다.
  뒤늦게 선거참여비율이 타결됐다는 사실이 이 문제를 덮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표가 얼마의 무게를 갖는지도 모른 채 후보를 가늠하고,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것도 선거일 하루 전까지 말이다. 총추위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장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선거를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선거의 빠른 시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규정을 지켰다는 것과 절차가 공명정대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학교 구성원에게는 단순히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투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피며 그 절차에 함께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권리가 촉박한 일정에 밀려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씁쓸한 일이다. 그 때문에 중요한 절차는 애써 미뤄둔 채 선거의 형식만 그럴싸하게 갖춘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이뿐 아니라 통합과 관련해서도 총장 선거는 잡음을 더했다. 총추위는 리더십 공백을 해소한 뒤 양 대학의 통합 총장 선거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 우리 학교는 통합대학의 초대 총장 선거를 양 대학이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고, 2027년 3월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계획대로 됐다면 늦어도 올해 말에는 양 대학이 함께 통합 총장을 선출해야 했다. 총추위가 글로컬대학30 사업 지정 취소로 통합 절차에 차질이 생길 것을 예상하지 않았다면 이번 총장 선거는 길어야 6개월 임기의 총장을 뽑은 것이다.
  총추위는 선거를 진행하기 전에 구성원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했다. 리더가 바뀌면서 기존의 통합 합의안이 변경될 수 있는지, 현재 계획대로 통합될 경우 임기는 어떻게 되는지, 통합 총장 선거 시 이번에 선출될 1순위 후보가 자동으로 후보가 되는 건지 등 구성원의 무수한 물음에 답했어야 한다.
  물론 학생들은 총장 선거에 반영되는 비율도 낮고 어쩌면 그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결과뿐 아니라 우리 학교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얼마나 정직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밟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합의하지 않은 선거 반영 비율이 공고되고 통합이라는 중대한 약속에 대한 설명을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주체가 아닌 형식적인 동의의 대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형식만 남은 선거의 끝맛은 공허할 뿐이다. 부디 충분한 공을 들여 구성원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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