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국립대학이 국고로 납입하던 입학금과 수업료를 앞으로 대학이 자체 수입으로 편성해 집행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시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현 정부가 대학자율화 방안으로서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는 구체화된 상황이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서울대학교 이장무 총장이 “임기인 2010년 내 서울대를 법인화하겠다”고 밝혀 다른 지방 국립대학들은 법인화 물결 앞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대 법인화가 과연 법률안에 명시된 바와 같이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이 될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2004년부터 법인화를 시행한 일본의 사례처럼 등록금이 대폭 상승해 교육수혜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방 국립대학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일고 있다.
이에 본사에서는 ‘국립대 법인화’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는 신청자 중 학과․학년․성별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기존의 찬․반 토론이 아닌 ‘국립대 법인화’에 관한 거시적이고 직접적 토론을 위해 몇 가지 의제를 설정하고 4명의 토론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은 지난 28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이뤄졌다.
“국립대 법인화 이후, 등록금 대폭 상승할 것”
사회자(아래 사회) : 국립대 법인화 토론에 관한 첫 번째 의제로 ‘등록금 인상과 국립대 역할 축소’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신문수(아래 신) : 우리 학교와 같은 국립대가 재정적으로 국가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등의 시행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게 되면 등록금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창빈(아래 김) :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의 연간 국가 지원금인 일반회계 예산은 800억원 정도입니다. 재정회계법이 시행돼 대학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면 국가에서 지원하던 그 800억원이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학교로서는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전체 예산 규모를 맞추기 위해 학생들이 내는 기성회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최현수(아래 최) :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솔직히 국립대에 입학하는 큰 이유가 사립대에 비해 저렴한 등록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누가 법인화 되어 그러한 이점이 사라진 국립대로 가려 하겠습니까. 물론 법인화가 되면 ‘국립대’란 말도 쓸 수 없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김 :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이미 OECD가입국 중 공교육 지원이 하위권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거의 바닥이라고 봐야죠. 다른 국가들이 교육예산에 쏟아 붓는 액수의 1/5에서 1/10밖에 안되는 낮은 액수입니다. 현재도 공교육 지원이 미비한데 정부가 여기서 예산을 더 줄이겠다는 심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전소영(아래 전) : 물론 등록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내건 명목인 ‘국립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측면의 맹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법인화가 국립대 경쟁력 향상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부분에 있어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최 : 그렇죠. 어느 경우든 출발점이 같아야 경쟁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인화는 오히려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같은 경우는 이미 국내에선 최고 대학으로 손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국립대라고는 하지만 법인화로 인해 대학 간의 자율경쟁이 시작된다면 지방의 국립대들이 과연 서울대와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대학 자치성 후퇴, 국가중심 운영시스템 강화 우려”
사회 : 이제 정부에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며 명시한 ‘대학 자율성 확보’라는 의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자율화’에는 ‘자유’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사실상 자유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립대 법인화 특별법안’ 중 총장 선출에 관한 항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최 : 그렇습니다. 법안에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선출하여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6조 3항)’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총장의 선출을 간선제로 변경함을 법제화하여 현재 시행하는 총장 직선제가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총장이 정부 측 인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결국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김 : 유럽 같은 경우 ‘정부에서 재정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형태로 국립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는 지역 국립대 왜소화의 문제점 때문에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일본식 법인화를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유’는 없고 ‘간섭’만 남게 되겠죠.
신 : 대학의 자치성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축소하고 총장 선출도 간선제가 되면 대학의 자치권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결론적으로는 오히려 자치권을 상실해 국가나 자본에 의해 휘둘리게 될 테니까요.
전 : 법안들을 쭉 살피다 보면 민감한 사항은 모호하고 불투명하게 명시해 놓은 점에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총장추천위원회의 구성원 대부분이 정부관계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 : 그렇습니다. 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외부 인사, 특히 정부 관계 인사들이 주축이 될 위원회보다는 교육 주체에 모두 개방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학생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참여하고 발언권이나 영향력 등이 법제화 돼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 봅니다.
“법인화로 인한 대학의 기업화…‘기초학문 고사’”
사회 : 이번에는 ‘기초학문과 지방 국립대의 왜소화’ 의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김 : 국립대학을 자율경쟁 속에 던져 ‘기업화’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로 봤을 때 기초학문의 고사 역시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사립대의 경우를 보면 학과의 취업률, 단기적 연구 성과 등을 따져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과를 폐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법인화가 시행되면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등에 많은 기초학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장 소속된 과, 졸업한 과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진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전 : 그렇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국립대 법인화 이후 기초학문 고사 문제로 인해 교수,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컸다고 합니다.
최 : 하지만 단지 반발을 떠나 구체적 변화 양상도 생각해 봐야겠죠. 법인화 이후에는 결국 학문의 흐름이 산학연계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친화적인 학문들은 그 위상이 커지고, 학문의 공간인 대학에 자본의 유입은 활발해질 수밖에 없겠죠. 정말 말 그대로 ‘대학의 기업화’ 문제가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신 : 그렇죠. 결국 법인화 시행은 사실상 대학과 학문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촉진하게 될 것입니다. 가진 사람이 더 가지게 되는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현 정권의 수많은 제도와 다를 것 없이 느껴져 씁쓸할 뿐입니다.
사회 : 지방 국립대인 우리 학교의 전망은 아무래도 더 어두워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에 대한 의견들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 솔직히 우리 학교는 이미 특성이 없습니다. 충북이라는 지역 자체가 특성이 없을 뿐더러 활성화된 분야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충북지역은 지리적으로도 애매한데, 수도권과 가까운 거리가 오히려 독이 된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많은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데 법인화 후에 그런 문제들은 더욱 증폭될 것입니다.
신 :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와 같은 지방 국립대들은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학생, 직원 등 대학구성원 모두가 국립대 법인화 문제 전면에 나서 반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법인화의 물결은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충분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회 : ‘국립대’ 설립 본래의 목적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축소해 공적 고등교육의 핵심인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 책임을 방기한다면 결코 국가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큰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립대 법인화’는 ‘공교육 말살’의 다른 이름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토론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대학논단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호 대학논단 주제 및 참가신청 방법은 추후 우리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공지됩니다. 선정된 주제에 관해 자유로운 토론을 원하는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최윤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