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내 자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모습을 볼 때에도, 혹은 늘그막에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볼 때에도 지금 이 시간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졸업앨범이 될 것이다. 나와 함께 울고 웃으며 대학 시절 4년을 보낸 동기들과 엄격하지만 뒤에서 학업을 보살펴 주셨던 교수님들, 그리고 4년 동안 누볐던 교정들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추억의 보고가 몇몇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그 믿지 못할 이야기란 바로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업체와 학생을 대표해 앨범 제작 업체를 선정하는 졸업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 사이에서 모종의 거래가 오고 간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졸업앨범 제작을 의뢰하는 대가로 앨범 제작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강릉과 용인 지역 대학 총학생회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렇게 공공연하게 퍼진 소문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님이 밝혀졌다. 물론 이것이 대학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대학 졸업앨범 제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업체의 선정 권한이 준비위원회와 학교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외의 다른 사람들은 이를 감독할 권한이 현재 없는 실정이다. 공개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을 준비위원회, 학교, 참여 업체만 알고 있어 얼마나 공정하게 앨범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당사자들 외에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 학교의 경우 몇 년째 계속 ‘ㅍ’ 업체와만 앨범 계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오랫동안 우리 학교 앨범을 제작해 왔기 때문에 많은 노하우가 쌓인 ‘ㅍ’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준비위원회 측은 ‘ㅍ’업체가 좀더 낮은 입찰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학생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학생들이 업체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정 과정이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학교와는 달리 서울대와 제주대의 경우 공개 입찰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그 과정을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 학생들에게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 두 대학의 사례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우리 학교에게 큰 시사점을 안겨 준다.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내가 ‘충북대’에 다녔다는 소속감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졸업앨범. 이제 졸업앨범의 공정한 제작 방식이 필요한 때이다.








최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