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동서양 구분없이 국가는 세습을 통해 이어졌다. 혈족이나 장자에게 모든 권한이 세습되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 다음을 이을 사람이 혈족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단지 선왕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권위와 권력, 명예를 지켜줄만한 그리고 자신의 정통성을 잘 계승할 수 있을만한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조건을 가장 충족시키는 것이 장자나 혈족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세습 문화가 만들어져 왔던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또한 다음을 잇게 될 후계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선왕이 만들어 놓은 권위와 권력, 그리고 잘 갖춰진 체계였을 것이다. 선왕이 남겨놓은 정책과 그 뜻만 잘 받들어 유지하면서 간혹 일어나는 불의의 사건들만 적절히 대처하면 적어도 지금의 현상만은 그대로 유지하며 편안한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세습을 통해 국가와 권력을 물려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은 서로에 대한 필요와 암묵적인 동의 아래에서 세습을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시민들의 의식 성장으로 투표권이 모든 이에게 주어지면서 국가나 권력이 세습되던 일은 형식적으로나마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이제는 선거라고 하는 합법적인 방법을 역이용하여 세습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가문에서 가문으로,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정치권력이 이어지는 일본 세습정치의 형태처럼 말이다.
지난 11일부터 우리 학교의 총학생회 및 단대별 학생회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한 몇몇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찜찜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이는 사회대, 경영대, 공대, 전전컴 4개 단대의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정후보들의 출신학과와 현재 단대 회장의 학과가 같기 때문이리라.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기존 학생회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식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일본처럼 선거라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역으로 이용해 대물림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을 쉽게 접을 수가 없다. 한 치의 의혹도 허용 되서는 안되는 학생회 선거. 적어도 학생들에게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출마한 것이라면 이런 작은 의혹이 생기는 것조차 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닐까.








조아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