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수 규정 변경은 시대에 역행하는 학사 제도
사회 : 변경된 재이수 규정과 관련해 먼저 재이수 자격을 제한하는 것과 재이수 후의 성적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박지혜(아래 박) : 1, 2학년은 고등학교와 다른 수업 방식을 접하고 여기에 적응하는 시기인데다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성적 관리가 어렵습니다. 개정된 재이수 규정은 1, 2학년 때의 낮은 학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취업하는데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재이수 규정 변경에 반대합니다.
강영란(아래 강) : 재이수 할 수 있는 자격을 왜 C+이하인 학생들에게만 주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학점 B0가 취업하기에 좋은 성적은 아니지 않습니까? 재이수 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발표한 재이수 자격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시영(아래 영) : 학교 측은 학생들의 무분별한 재수강으로 강의 지원자가 늘어나고 섭외할 강사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즉,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써 재이수 규정 변경을 했다는 것이 학교의 주장입니다. 이번 재이수 규정 변경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타당했다고 봅니다.
최세진(아래 진) : 최시영 학우가 말했듯이 학교에서는 비효율을 문제 삼아 재이수 기준을 엄격히 하려고 하는데 과연 A+를 맞은 사람이 재이수를 해서 F를 맞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재이수를 하는 학생 때문에 얼마의 비용이 더 드는지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학생들이 개정된 재이수 규정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텐데 지금 학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왜 굳이 재이수 규정을 변경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영 : 앞서 말했듯 등록금 인하, 동결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을 위한다는 점에서 좋은 시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B0 이상의 성적을 받고 다시 재이수 하는 비율은 전체 재이수 건수 14,379건 중 754건으로 약 5.2%입니다. 과연 700명이 재이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생길까요? 취지는 좋으나 취업, 대학원 진학 등 학생들의 장래를 미미한 경제 효과와 바꾸려고 하는 학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 :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학점 3.5와 지방대학 학생의 학점 3.5는 그 가치가 기업에서 보더라도 확연히 다릅니다. 같은 학점이라면 기업은 당연히 서울 상위권 대학을 높이 평가하기 마련입니다. 학교는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줄여 우리 학교 학생들을 취업 전쟁에서 더욱 불리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 : 저 역시 변경된 규정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에 동의합니다. 현재 대학가에 학점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이화여대의 경우 4.0 만 점에 4.0학점을 받고 졸업한 학생이 1999년 17명에서 2005년 53명으로 증가했으니 대학가에 학점 인플레 현상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죠. 누구나 학점을 잘 받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만 시대를 역행해 학생들의 학점을 깎으려 하고 있으니 학생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재이수 신청으로 인해 정작 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이 못 듣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하는데요. 따라서 재이수 자격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 : 재이수는 개인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굳이 제한을 두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선택의 폭을 넓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봅니다. 다만 A+를 맞고도 재이수하는 경우는 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니 자제해야겠죠.
진 : 학점은 개인마다 만족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재이수를 제한하는 기준이 A0가 되어도 문제가 되고 C+가 되어도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재이수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규정 변경 발표 시기, 방법 모두 "F"

사회 : 재이수 규정 변경은 수강 신청을 하는 도중에 변경된데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토론자분들 중에 혹시 이 때문에 시간표를 변경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신가요?
강 : 경영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일주일 먼저 수강 신청을 했는데 이 당시에 재이수 규정이 바뀐 걸 몰랐습니다. 저 같은 경우 다행히도 수강 신청을 취소할 상황은 없었어요. 그러나 경영대 학생 중 일부는 재이수 규정 변경 공지 후에 수강 신청을 취소하고 새로운 수업을 신청해야 했는데 대부분의 강좌는 인원이 다 차있어서 초과 신청을 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경영인증 때문에 초과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학교의 늦은 공지로 피해본 학생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 : 수강 신청 중에 갑자기 발표된 ‘재이수 규정 변경’은 늦어도 작년 여름에 공지해 한 학기 동안 피드백이 있어야 했습니다. 공지도 학과 홈페이지에 ‘재이수 규정 변경’ 한 줄 딱 떠 있던데 공지 방식 또한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영 :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데 모든 행정 업무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점이 많습니다. 대신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사항은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와 얘기를 하고 시행하는 게 옳은 일입니다.
진: 학생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저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책임이 학생회에도 일부분 있다고 봅니다. 학생회는 학교 측에 학생들의 건의 사항을 요구하고 학내 문제에 대해 학교와 협의할 권한이 있는데 자신들의 존재가 무시되었음에도 성명 발표 하나 없고.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학생회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 : 앞으로 이번 일처럼 학교 측이 단독적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게 하려면 우선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잘못된 것은 시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학생회도 힘을 갖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 : 의견 수렴의 경우 학교 홈페이지를 학생들이 많이 찾는데 홈페이지에 설문 조사 창을 띄워서 재이수 규정 변경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등 조금 노력만 했다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는 점은 미흡했다고 봅니다.
 
강화된 규정 안에선 학점 포기제 학점 관리 위해 필수

사회 : 재이수 규정이 강화됐으니 학점 관리를 위해 학점 포기제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강 : 학점 포기제를 도입한다면 학점 관리가 쉬워지나 단점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 마음에 안 들고 다시 듣기 싫다는 이유로 쉽게 학점을 포기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잘잘못을 가릴 수 없을 것입니다. 재이수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하니까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진 : 저 역시 학점 포기제를 도입하는 것은 찬성입니다. 그러나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점 포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을 보면 한 학기에 6~9학점, F 학점은 포기할 수 없게 했습니다. 무분별하게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재수강 규정을 엄격하게 제한했으니 학점 포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 : 학점 포기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재이수 대신 학점 포기를 선택할 텐데 이렇게 된다면 재이수하는 학생들로 인해 강사 수를 확충하는 등에 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재이수 인원을 줄여 재정 낭비를 줄이자는 학교 측의 입장과 동일하지 않은가요?
사회 : 변경된 재이수 규정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 잘 들었습니다. 점점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학점을 취득하기 어렵게 만든 규정이라 많은 학생들이 재이수 규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학칙을 바꾸는 과정에서 학생회는 물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 시기마저 수강 신청이 이뤄지고 있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재수강 규정 변경을 취소할 수 없다면 학생들의 학점 관리를 위해 학점 포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강화된 규정 안에서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토론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대학논단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