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작스럽게 재수강 규정이 변경되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일었다. 실질적으로 규정의 변화를 체감해야 하는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 수렴 절차도 무시됐기 때문이다. 학생회도 몰랐단다. 재수강 규정은 학생이 소외된 채로 방학 중에, 그것도 수강 신청 기간이 코앞에 다가왔을 무렵에 변경됐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에선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무분별한 재수강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야말로 명쾌한 설명이다. 좀더 직설적으로 풀어내자면 ‘재정 사정이 어려우니 지출을 줄이기 위해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말일 터이다. 결국 이 일은 바뀐 규정을 일부 수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그로 인해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의 규모를 미리 알렸어야 했고, 그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재수강 규정 변경으로 얼마나 큰 재정 절약이 있을지를 말이다. 굳이 절약이 된다면 강사료, 강의 시설 유지비 등일 텐데 과연 이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둬들일 것인가.

 우리 학교의 경우 강사료가 일반회계 전체 예산의 2% 정도이다. 970억원 중 19억원인 셈이다. 경리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일반회계 예산을 가지고 재정 운용을 하려니 20억 원 정도가 부족하다고 한다. 물론 67%에 달하는 교직원 및 교수 인건비는 줄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줄어든 것은 7% 수준인 기본 경비 항목인데, 공교롭게도 강사료가 이 기본 경비 항목 안에 포함돼 있다. 왠지 아귀가 들어맞는 기분이다.  

 최근 겪었던 진통의 근본적 계기는 ‘재정이 부족하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재정을 집행해야 할 이들의 손에 의해 생긴 ‘비합리적 졸속 행정의 상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학생회가 됐든 일반 학생이 됐든, 한번 따져 물어야 한다. ‘왜 허리띠는 학생만 졸라매야 하는가, 그리고 그 사실을 왜 학생과는 협의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수습하려 한 것인가’라고 말이다. 모두 바쁜 건 안다. 그렇잖아도 우리 모두는 부족한 강좌 수에 한숨쉬고, 팍팍한 학점 전쟁 속에 시달리는 불안한 청춘 군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등록금 동결의 대가가 이런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