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세상은 온통 위기의 연속이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 대학의 위기는 세간(世間)의 관심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그렇다고 대학의 위기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의 색(色)을 제대로 만들 절호의 기회이다.
이제까지 우리 학교는 지방거점대학으로서 실력 이상의 대우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야 말로 내실을 다져 우리의 색(色)을 찾아야 한다.
대학의 교육목표는 건전한 사회인을 길러내는 데 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학 교육은 그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즉, 엘리트교육에서 보통·대중 교육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대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교양과목만이 아니라 전공 과정의 구분도 모호하다. 전공의 지나친 세분화로 학부인지 대학원인지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누구의 탓일까. 내심으로는 눈앞의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양 떠드는 향곡지사(鄕曲之士)들 때문이다. 이런 어리석음을 털어내고 변화의 실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유사한 전공과 유사한 교육과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울타리만을 고수하려는 바보스러움을 털어 낼 필요가 있다.
또 효과적인 교육과 연구를 위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행정지원 시스템도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담당자→계장→과장→처·국장 이라는 식의 수직적 체계는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위기상황이 감지 될 때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보다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나 개선에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급증에 걸린 제도의 개선 및 시행은 많은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 재이수와 관련된 제도의 시행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행정 서비스는 열 번 중 한 번이라도 불편을 끼치면 그 평가가 나락으로 떨어짐을 명심한다면 이러한 향곡지사(鄕曲之士)의 우(愚)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색을 만들고자 갖추어야 할 마음의 자세를 정리해 보고, 다짐하자.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 중 가장 먼저 씻어 내야 할 것은 “다른 대학은 시행하고 있어? 우리가 뭐 잘났다고 먼저 해?”라는 식의 패배 의식이다. 학교를 침몰시킬 만큼 위험한 생각이나 제도가 아니라면 조금씩이라도 남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먼저 행해야 한다. 항상 남의 뒤만 쫓아가면 언제 우리의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빨리 패배주의, 무사안일주의, 저수지에 떠 있는 물먹은 볏짚단에서 벗어나 광전유후(曠前裕後)의 마음으로 멋스러운 우리의 색을 만들도록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하고 모든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