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초, 신입생 환영회부터 대면식, 개강총회, 개강파티 등 신입생을 맞는 선배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런 모임의 마지막은 대개 중문으로 향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술’로 향한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나도 한때는 이런 자리를 성인이 되어 누리는 첫 번째 해방감이자 몸은 고달프지만, 신입생이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물론 요즘은 ‘술 먹일 구실도 많다’ 싶지만 수위 조절만 된다면 재학생과 신입생이 함께 어울리는, 그야말로 대학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도를 넘었다’ 싶은 충격적인 일을 목격했다. 
 지난 6일 서비스센터로 노한 기색이 역력한 아주머니 한 분이 한 여학생과 함께 나타났다. 입고 있던 붉은색 코트마냥 아주머니의 얼굴도 화로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아주머니는 누구에게랄 것 없이 대뜸 “아니, 어린애한테 왜 이렇게 술을 먹이는지,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금 며칠째 애가 밤마다 술에 취해 집에 와요”라고 소리치며 다가왔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흥분한 아주머니를 달래서 학생과 함께 휴게실로 들어갔지만 닫힌 문밖으로 성난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충북대에서 이게 가당키나 하느냐고요. 어린애가 집에 오면 그냥 뻗어서 자는 거에요, 술에 취해서. 하루 이틀이면 말을 안 해요. 오늘도 또 나오라고 했답니다”
 결국, 그들은 자퇴서를 제출하고 서비스센터를 떠났다. 자퇴한 신입생은 ‘그런 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직원의 물음에 ‘안 나가면 선배들이 뭐라고 해요’라고 조용히 대답했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다른 곳도 아니고 충북대’라는 말은…글쎄, 잘 모르겠다. 다른 학교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또 어렵게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했을 학생의 나약한 선택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오죽 힘들었으면 대학생이 된 설렘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자퇴를 신청하러 학교를 찾았을까. 분명히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당히 하자, 적당히. 그렇지 않아도 정시 지원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에 어렵게 입학한 학생을 내쫓기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그것도 다름 아닌 ‘술’로 말이다. 
 ‘일일학 일일신(日日學 日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매일 공부해서 매일매일 새로워지자는 뜻이다. 중국 탕왕 시대의 고어인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을 현대식으로 약간 변형해 고친 것이라고 한다. 요즘 중문을 보면 이 말을 ‘일일주(酒) 일일취(醉)’로 변형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이야 말로 무언가를 매일 배워서 깨닫고 새로워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갓 입학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문보다 ‘술’을 먼저 배우는 요즘의 캠퍼스 모습은 마치 술 맛처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