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현실의 냉혹함이나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표 달성보다는 과정의 공정함을 지켜야 한다는 공정심,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인간 존중 사상 등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사회가 너무 혼탁해서 이렇게 가르친 학생들을 내보내기가 꺼려진다.
한 늦깎이 연예인이 반복되는 성 상납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전속 계약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어디에서도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현대판 노예계약이 힘없는 연예인들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만들고 있다. 통상 연예인들의 성 상납은 권력(정치, 언론, 경제 등)이나 재력을 기반 삼아 성 사냥을 나서는 사람들, 성 상납을 알선함으로써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성 접대를 수용해야만 하는 피해 당사자라는 삼자의 이해(利害)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해 진다고 한다.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방송 출연을 미끼로 삼거나 재정 상황의 악화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 상납을 알선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일부 보도에 따르면 수십 명의 연예인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성 매매를 알선해 온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는 특히 연예인의 자발적 의사가 전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 상납자가 있다는 게 확인된다. 이번 사건에서 재계, 정관계,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일부 유력 인사들이 일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문이 무성한 걸 보면 수요자도 분명 있다. 반인륜적 범죄를 위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성 상납’이란 윗사람에게 금전이나 물건에 대신하여 성을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사건의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규율 대상으로 삼는 ‘성매매’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성 상납이 수시로 강요되고 실현되었다는 점,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출연 등)이 수수·약속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고질적인 성 상납(매매)의 폐습에 저항하며 소리 없는 죽음을 택한 갸륵한 양심을 기리고, 유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한 법 적용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그리하여 강제적으로 이런 반인륜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성을 매수한 자, 위계나 강요의 방법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자가 스스로를 은폐하고 잡아떼는데 급급하지 말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인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는 일일 것이다. 용서받기 어려운 죄를 지었을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학생들을 대학의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