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의하면서 세상이 참 빨리도 변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시 강의를 듣던 20대의 파릇파릇한 젊은이가 이제는 40대가 되어 자식 교육을 걱정하고, 분필 가루 날리며 추울 때는 춥고 더울 때는 덥던 강의실은 일 년 내내 상쾌한 첨단 강의실로 바뀌었다. 서울 올림픽에서 얻은 자신감은 월드컵 4강과 올림픽 야구 금메달 그리고 WBC 준우승을 이뤄냈고, 세계 초일류 기업이 SONY에서 삼성, LG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보며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우리나라가 많이도 발전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도 많다. 그런 것을 우리는 “전통”이라고 하던가? 우리는 여전히 김치와 된장국을 먹고, 음주 가무를 즐기고,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 그러니까 전통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강의실에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방적인 강의… 교수는 학생들이 이해하건 말건 자기 할 말만 하고, 학생들은 교수가 무슨 말을 하건 자신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다.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자신의 금과옥조로 삼는지 강의실에는 어색한 분위기만 흐른다. 각자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마치 70년대에 유행하던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서로 대화나 타협 없이 일방적이다.
그런데 지난 세월 동안 게임도 변한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소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RPG게임 등의 인터액티브 게임이 신세대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액티브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 프로그램이나 플레이어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바뀌는 상황에 프로그램과 플레이어가 서로 대화하여 바뀐 상황에 새롭게 대응하는, 이러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상호 반응적(인터)이며 능동적인(액티브) 게임을 말한다.
강의를 들을 때에도 인터액티브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일방적으로 강의만 듣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답해 보자. 강의실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매일매일이 새롭고 활기차게 될 것이다. 이렇게 얻은 지식이야말로 살아있고, 응용 가능한(인터액티브한) 지식이 아닐까? 분명 요즘 시대의 학생들은 우리 세대보다 변화가 많고 다양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급변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굳이 다윈의 진화론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적자생존을 위해서,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을 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강의실에서부터 변화를 꾀해 보자. 마치 인터액티브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이 찬 희
자연과학대학
미생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