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총학은 클럽과 충북대 대표 카페 등에 ‘구내 서점 불친절 사례’를 공고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구내 서점은 개강 후 교재를 사기 위한 학생들의 필수 코스로, 이에 따라 개강 후 한동안은 서점에 관해 말도 탈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기자도 언젠가 구내 서점에서 불쾌한 경험을 겪은 지라 총학의 발 빠른 움직임은 반갑기까지 했다. 그런데 총학이 글을 올린 지 2주가 지나가는 지금, 말 많던 학생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총학 클럽에는 아직 한 건의 사례도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총학이 게시한 글에 대해 단 세 명의 학생이 리플을 달았는데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다. “불친절로 불쾌했던 1인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고맙다”, “소비조합보다도 학교 행정 처리에 대한 해결이 먼저이다”, “얼마 전에도 짜증나는 일이 있었지만 실명이 거론돼 섣불리 글쓰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입을 열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총학의 문제 접근 방식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방안에서 문제가 있다. 총학은 구내 서점의 불친절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을 ‘현재와 같은 상황은 학생들을 상대로 잇속을 챙기려는, 불친절한 사례를 넘어선 지나친 만행’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에 의해 수차례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나 문제를 대하는 총학의 접근이 너무나 감정적이다. 또한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불매운동 등 필요한 모든 요구 조치를 불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안’이라기보다는 소비조합에 대한 ‘협박’처럼 보이는데 이 말은 한마디로 ‘싸우자’는 것 같다. 한낱 말싸움에서도 감정적인 사람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 승리하는데 이 같은 대응으로는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괜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불매운동은 모든 학생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사안이고 당연히 학생들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불사하겠다’고 무작정 지르기에 앞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제기했듯 해결 방안에도 학생들의 의견과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총학은 문제 시정을 요구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학생들로부터 실제 사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어진 자료는 학생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쓰였기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 자료로써 신뢰를 얻기 어렵다. 또 과거에 경험한 일을 다시 글로 적기 어려운 문제와 글을 직접 쓴다는 것 자체도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위해 일부 학생의 주관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보다는 많은 학생의 생각과 구체적인 피해 사례 비율을 알 수 있는 설문 조사를 권한다. 불친절을 경험한 사례 및 시정 요구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접근 방식이나 해결 방안에 앞서, 총학이 지금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의욕적인 모습은 고맙기까지 하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어떤 여과 없이 학생들의 감정적 의견까지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여론 수렴에 대한 과욕이다. 의욕은 사람들의 지지를 부르지만 과욕은 사람들의 욕을 부른다. 여론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