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학점포기제란 수업을 수강한 기록과 성적 기록 자체가 삭제되는 것으로 학생들의 학점 관리와 수강 기회 확대를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재 학점포기제는 한양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고려대, 수원대 등 수도권 지역 10여 개 대학 및 일부 지방대학에서 시행하고 있으나 시행 중인 대학에서도 학점포기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대는 2001년 학점포기제를 시행하다 2005년도에 폐지하기도 했다.

 학점포기제에 관한 논란은 ‘낮은 학점 삭제는 전체 평균을 높여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학점에 대해 불신하게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서로 상충되고 있다.

 이런 논란과 맞물려 우리 학교에서도 일부 학생들에 의해 변경된 재이수 규정안의 대체 및 학점 관리를 위해 학점포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사에서는 학점포기제도의 장ㆍ단점과 그 필요성, 그리고 학점포기제 도입 형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은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7시부터 8시 30분까지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대학’ 학문의 공간인가, 취업 준비의 공간인가

사회자(아래 사회) : 먼저 학생과 학교 입장에서 학점포기제도가 어떠한 장ㆍ단점을 가졌는지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임요한(아래 요한) : 우리 학교는 지방대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점포기제는 수도권에서도 한양대, 고려대와 같은 소위 명문대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취업 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지방대에서 학점포기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학교 이름과 학점 면에서 모두 수도권보다 뒤처져 취업의 문턱에서 훨씬 더 불리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배상훈(아래 상훈) : 임요한 학우의 말은 학점포기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인데 당장에는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향후에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유발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수도권 대학생과 지방 대학생의 학점이 비슷해질 것이고 오히려 변별력이 사라진 학점 때문에 학교 이름만으로 취업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죠.

백승엽(아래 승엽) : 저도 배상훈 학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또한 현재 학점포기제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계절학기 1학점 수강 비용이 약 10만 원 내외인 점을 미뤄 봤을 때 이화여대는 매년 9억 원, 단국대는 매년 12억 원 이상을 학점 포기 때문에 낭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학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며 이는 나아가 등록금 인상의 요인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지아(아래 지아) :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학점포기제를 시행해 드는 비용 때문에 학점포기제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좀 더 멀리 봤을 때 학점포기제를 시행함으로 인해 잃는 돈보다 학생들의 학점을 조금 더 높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고학점은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이는 취업률을 높여 학교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훈 : 하지만 이미 우리 학교에는 학점포기제를 대신할 수 있는 재수강 규정이 있습니다.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관리할 수 있는데 학점포기제까지 도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점포기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도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한데 학점포기제의 시행은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요한 : 학점 인플레이션이 변별력을 약화시킨다는 말씀인데 이미 변별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우리 학교만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학점포기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봅니다. 졸업 예정자들의 올바른 학점 관리를 위해 학교에서는 학점포기제 도입을 통해 취업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승엽 : 학점포기제를 통해 학점을 높여 취업에 유리한 학점을 마련하자는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오늘날 기업들은 변별력이 약해진 학점에 대해 신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점보다 토익 점수나 다양한 활동들을 보고 학생들을 뽑는 것이죠.

지아 : 취업 시 토익 점수를 보고 뽑는 것은 영어가 만국 공용어가 된 오늘날의 사회를 반영한 것이지 학점포기제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앞에서 재수강 규정이 있어서 학점포기제가 불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시행되는 재수강 제도로는 학점이 올라간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 학점포기제는 확실하게 평점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죠.

교수 권한의 침해 혹은 학생 권리의 신장

사회 : 학생과 교수에게는 학점포기제도가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승엽 : 학점포기제가 시행된다면 교수의 권한이 침범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교수의 고유  권한인 학점 부여가 침범당한다면 올바른 강의 질서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죠. 예를 들어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이 학점포기제 때문에 강의를 듣지 않거나 강의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면 강의 분위기를 흐려 문제가 될 수 있죠. 또한 교수가 학점을 부여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것은 교수 권한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아 : 학점포기제가 교수의 권한을 침해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교수의 권한이 학점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닐까요?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학생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학점포기제가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학점포기제도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보다는 학생 인격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요한 : 저는 학생의 권리도 있고 교수의 권한도 있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부 교수의 잘못된 권한은 부당한 학점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학점포기제와 같은 학생들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훈 : 시스템을 말씀하셨는데 동국대는 교수 평가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평가가 좋지 않은 교수는 해임한다고 합니다. 학점포기제를 시행하는 것보다 교수 평가 제도를 강화하는 방법이 학생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승엽 : 저는 재수강 제도가 이미 학생의 권리를 지켜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몇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 자체가 충분히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며, 또 불합리한 학점 부여와 같은 교수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학교 측에 항의할 수 있는 제도 등이 학생의 권한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도입된다면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사회 : 만약 학점포기제가 우리 학교에 도입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시행되었으면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아 : 대상은 3, 4학년으로, 학점은 한 학기당 6학점까지만 포기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면 좋겠습니다. 3,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저학년 때 학점포기제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고 취업을 앞둔 시점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학점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학년 때 들었던 과목에 대해서도 학점 포기는 가능하도록 해야죠.

요한 : 저는 포기할 수 있는 학점에 대하여 제한을 두는 것은 동의하지만 학년에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학점포기제를 학생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학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승엽 : 저는 강의 시간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전 학년이 학점 포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저학년은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강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학점포기제를 통해 포기하면 된다는 생각에 강의를 계속해서 빠지게 돼 강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죠.

상훈 : 저는 재수강 제도와 학점포기제 모두가 가능하다면 학점 포기에 제한을 두어 재수강 한 과목에 한해서만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재수강을 했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학점 포기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재수강을 하지 않은 과목에 한해서는 학점 포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거죠.

요한 : 하지만 그 방식대로 시행하게 된다면 재수강을 악용하는 예도 생기리라 봅니다. 만약 수강하는 과목이 성적도 잘 안 나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학점을 낮게 받고서 다음 학기에 재수강해 학점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죠. 그렇게 되면 재수강은 인정되겠지만 그 학생들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 그리고 본래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학생들과 실제 참여하는 학생 수의 차이로 말미암아 강의 시 큰 혼란을 가져올 것입니다.

사회 : 학점포기제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학점포기제를 도입하면 학점 관리를 도와 취업 시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져와 기업에 학점 불신을 가져와 취업 시 학점이 반영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교수의 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고 학생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모든 참석자 분들이 우리 학교에서의 학점포기제 시행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습니다. 토론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토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