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봄기운에 취해 있는 요즘이다. 봄바람이 살랑 불 때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나무에서 꽃잎들이 흩날린다. 화사한 원피스를 차려입은 여학생들은 때때로 멈춰 서서 흩날리는 꽃잎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의 배경도 봄이고 사진을 찍는 학생도 청춘(靑春), 봄이다.
 한낮의 벚꽃 놀이는 밤에도 계속된다. 밤에는 봄이 아닌 술에 취한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난 솔못가 잔디밭에서는 봄을 찬미하는 축제라도 열리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취기 어린 노랫소리가 들린다.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딸기, 딸기, 딸기 따라 합시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한밤중까지 계속된다. 날이 풀린 이래 ‘그린 호프’는 빈자리 없이 만석이다.
 솔못 옆 잔디밭이 그곳대로 술 마시는 무리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면,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도 중간고사를 몇 주 앞두고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목적과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문제는 한 편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다른 한 편에는 굳은 의지를 꺾는 고성방가로 들린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23일 캠퍼스 폴리스가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008학년도 1학기 학내 치안과 환경 미화를 목적으로 시범 운영되던 것에서, 올해는 학내 범죄 예방과 함께 학내 음주 행위를 근절하는 업무도 추가됐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업무 지침대로라면 요즘 성행 중인 ‘불법 노점’ 그린 호프를 단속하는 것도 그들의 업무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그 노점 단속이 영 시원찮다.
 그렇잖아도 캠퍼스 폴리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본사가 지난 3월 캠퍼스 폴리스의 활동 재개를 앞두고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설문 조사(801호 3월 16일 자 보도기사)를 한 결과 단 20%만이 캠퍼스폴리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시범 운영을 거쳐 벌써 세 번째 시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과반이 넘는 56.5%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활동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요즘 솔못 모습을 생각한다면 저조한 평가의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캠퍼스 폴리스는 이번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유니폼과 무전기, 경광등, 랜턴 등 장비를 구비하고 인근 관할 지구대와 비상 연락망 체계 갖추는 등 시범 운영 후 지적된 문제들에 체제적인 보완을 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완벽한 체제도 실질적인 활동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학기에는 캠퍼스 폴리스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는 근로 장학금도 지급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제 업무를 못하는 이들의 행태는 직무 유기로 보인다. 잔디밭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친목 도모와 여가 선용 이전에 학생으로서 본연의 의무가 있지 않은가. 이런 상태로 라면 학생들은 낮은 학점, 캠퍼스 폴리스는 학생들의 불신이라는 직무 유기의 대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