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학교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동참하여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고,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드리려는 노력이다. 사실, 현재의 국제적 기준 아니, 국내 잣대로도 학교의 위상은 상당 부분 돈에 의한 것이 많다. 학교 시설, 기자재, 복지 수준 등 등록금을 많이 받아 학교 순위와 직접 관계되는 부분에 집행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위해서가 아닌, 실제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예산이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 실습실의 컴퓨터 구입, 컴퓨터를 교체하지는 않더라도 수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토너, 잉크, 용지 구입 등.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두 얼굴을 가진 것 같다. 화창해진 봄 날씨처럼 화사한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학생들의 이면 어디에 그런 면이 숨어 있는지 참 의아하다. 며칠 전 합동 강의실에서 수업하던 도중 학생들이 앉아 있는 의자 뒷면을 보고 무척 놀랐다. 의자 뒷면에 차마 우리 학교 학생들이 썼다고 생각할 수 없는 글씨와 그림들이 누가 쓴 위에 덧쓰고 또 덧써서 새까매져 있었다. 누구와 누가 좋아하는지, 누가 어느 교수님의 무슨 수업을 수강하는지 의자 뒷면에 써 있는 내용들을 수집하면 학교 안의 정보를 모두 얻을 정도다.
  어제는 학생 중 몇 명이 학교 컴퓨터실에서 usb메모리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집 컴퓨터까지 망가지고 파일이 엉망이 되어 과제를 못 했다고 울상이었다. 학교 컴퓨터실의 컴퓨터는 수명이 2년도 채 못 된다. 아직 쓸 만한 컴퓨터는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우리 학생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것일까? 학교 컴퓨터와 강의실 의자를 험하게 사용해서 교체하거나 수리해야 하면, 첨단 시설 투자는 고사하고 학생들의 수업에 꼭 필요한 소모품까지도 구입하지 못해서 학생 개인이 준비해야 되거나, 아니면 수업 진행에 꼭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마치 등록금이 학교와 교직원을 위해 쓰여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등록금은 학생들을 위해 쓰여지는 것이다.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학생들이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등록금이 학생들의 교육에 꼭 필요한 용도로 쓰여지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여행을 가서 우리나라보다 질서가 없고 거리가 지저분하면 후진국이라서 그렇다고들 한다. 학교 건물 입구에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들을 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꼭 필요한 예산이 부족할까봐 또는 등록금을 인상해야 할까봐 염려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OECD 국가의 손색없는 문화 시민으로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