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월 천안의 모 대학에서 교수가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며 미납 학생의 학점을 깎는 등 지나치게 강경한 징수로 물의를 빚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신입생들에게 각 학과마다 약 10만 원에서 20만 원에 달하는 학생회비를 걷는데, 일부 학과 학생회에서는 미납자 명단 대자보를 단과대 곳곳에 붙이거나 미납 학생에게 학생증을 주지 않는 등 강경책을 쓰고 있다. 학과 학생회의 이러한 행동은 학과 학생회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납부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데다 학과에 대한 지원도 미비해 학생회비를 무조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사에서는 ‘학생회비’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는 학과 학생회 임원과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받은 신청자로 구성됐으며 토론은 4월 29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진행됐다.
 
학과 운영 위해서는 반드시 납부해야
사회자(아래 사회) : 학생회비 납부에 대해 토론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정우(아래 정우) : 저는 현재 천문우주학과 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회비는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담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회장이기 이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과 운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태훈(아래 태훈) : 각 학과에서 행사를 치를 때, 학과에서 지원해 주는 돈과 학생들에게 걷는 돈을 합쳐도 전체 소요되는 경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의 금액이 걷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때 부족한 부분을 학생회비로 충당하게 됩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과 운영을 위해서는 학생회비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민선(아래 민선) : 저도 학생회비는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대의 경우는 18만 원을 학생회비로 걷고 있습니다. 각 학과에 40여 명 정도의 인원이 있으니 학생회비를 모두 걷으면 약 600만 원 정도의 큰 돈이 됩니다. 학생회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현재 납부하고 있는 금액은 액수가 과하지 않은가 합니다.
김태균(아래 태균) :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액수를 납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학과가 학년별로 분할 납부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방법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정우 : 충북대학교 총 학생회칙 제10장 제57조에 보면 “학회원은 회비를 납부할 의무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학생회비는 한 학과의 학생회가 한 학과를 1년 동안 이끌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비라고 생각합니다.
태훈 : 임원의 입장에서도 학생회비를 억지로 징수하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학생회비를 징수하지 않으면 MT와 같은 학과 활동을 할 때 더 많은 비용을 걷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차만별 납부 기준… “어느 정도 통일해야”
사회 : 현재 단과대(아래 단대) 별로 학생회비 납부 기준이 다릅니다. 모든 단대가 납부 기준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정우 : 현재 우리 학교에는 총 13개의 단대가 있습니다. 단대별로 각각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받는 금액도 차이가 나고, 학생 수에 따라 납부된 금액도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기준을 통일하는 것은 각 단대의 상황을 무시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태균 : 단대에서 학생회비를 얼마나 내느냐는 결정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액수의 학생회비를 걷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최소 비용과 최대 비용을 정해 놓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태훈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단대의 규모가 다르더라도 매 학기 진행하는 행사는 비슷합니다.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학생회비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우 : 충북대의 특성상 학과마다 지원받는 것이 각각 다릅니다. 일부 단대는 누리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활동비가 풍족한 반면, 전혀 지원이 없는 단대는 활동비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타 대학의 경우 등록금을 납부 할 때 학생회비를 함께 납부해서 각 단대별로 배당해 단대에서 각 학과로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방법도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 토론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학생회비 징수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금액에 대한 학교 측의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회비 미납자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태훈 : 사회대에서 해오름식 행사를 하는 중 1학년 학생회비 미납자에게 납부를 촉구했으나 내지 않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고지서 형태로 발급하지 않는 이상 모든 학생에게서 학생회비를 받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민선 : 저는 고지서로 납부를 하게 되어도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학생회비를 고지서 형태로 걷는다면 학생들이 그 고지서를 뽑지 않고 안 내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태균 : 그럼 행사가 있을 때마다 회비를 납부하는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그렇게 납부하게 된다면 학과 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회비를 납부하므로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까 싶은데요.
정우 :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매 행사마다 회비 액수가 많아져 참여율이 극도로 떨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학생회비를 안 낸다는 사람은 학과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그런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학생과의 신뢰 구축, 학교 측 기준 마련 절실”
사회 : 다른 특정 단대에서는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대자보는 물론 장학금 혜택에서도 제외시키고 학생증조차도 주지 않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권리 침해하는 성격을 보이는 학생회비 강제 징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태훈 : 신입생들에게 사용 내역서와 예산 사용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생들이 납부의 필요성을 알면 더 높은 납부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선 : 학생들이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이유에는 선배들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회비 내봤자 학생회 용돈으로 쓰인다’고 후배들에게 말해 주니까 불신이 생겨서 납부율이 더 떨어지게 된 것 같아요.
태훈 : 더군다나 개강총회나 종강총회를 열지 않는 과가 문제가 됩니다. 학생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학교 측에서는 각 학과의 총회 부분에도 어느 정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균 : 지금 학생들에게 사용 내역을 알리는 방식은 개강총회나 종강총회 밖에 없는데, 사용 내역을 해당 학과 사무실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강총회나 종강총회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도 학생회비 내역을 보고 학생회를 더 신뢰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우 :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재학생들이 학생회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회비 사용에 대해 관심도 없이 학생회비는 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민선 : 학생회비 납부를 강요하는 것이 임원 입장에서도 난처합니다. 우리가 매 학기 학교에 내는 등록금에는 수업료뿐만 아니라 복지를 위한 금액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학과를 위해 충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정우 : 맞습니다. 학교에서 각 단대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서 학생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 외관에 신경 쓰는 것도 좋지만 학생 복지를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태훈 : 맞습니다. 20만 원에 육박하던 학생회비를 그 반으로만 줄여도 부담이 줄어 납부율이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또 학생회비를 관리하는 각 학과 학회장이나 총무 분들이 책임 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균 : 학과 학생회 분들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 : 여러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학생회비 납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학과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 같습니다. 그리고 학과 학생회와 학생의 신뢰 관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토론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토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