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과 후회를 따갑게 소독해주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기자에겐 언제나 기자를 서슴없이 비판하고 그 호된 꾸지람에 흐물대는 눈앞의 ‘중생’의 뒤치다꺼리마저 도맡아 하는 그런 친구가 있다.
 기자는 얼마 전 그 친구에게 한 가지 잘못을 털어놓았다가 처음으로, “자네, 참 어리석어”라는 말을 들었다. 왜냐하면 기자는 지난 802호 칼럼에서 타인의 의견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의견인 양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백한 표절이다. 여기에서 더 이상의 자기변명과 정당화는 사치이며 수치다. 대학신문의 기자로서 그 의미도 모호한 아마추어리즘의 안일함에 기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물론 지면에 싣기에도 부적합한 더 심한 말들을 듣긴 했지만, 그 호된 꾸지람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꾸중 들을 때 가질 법한 일말의 반발심조차 들지 않았다. 다만, 그저 가슴이 더욱 먹먹했다. 그리고 그 ‘어리석다’는 친구의 꾸지람은 얼마 살아오지 않은 기자의 생애와 얼마나 살아가야 할지 모를 앞으로의 생애를 꽉 움켜쥐었다. 우리는 그날 한 번의 만남에서 평생에 걸쳐 몇 번이나 하게 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어리석음’이란 말의 여분을 모두 사용한 듯 하다.  
 삶에 이론적 법칙 따윈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칙은 있을 것이다. 안일함을 볼모로 아직 채 세워지지도 않은 자신의 원칙에 스스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기자는, 아니 나는 독자를 기만했다. 사안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동시에 그에 따르는 자신이란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졌어야 했다. 어떤 특정 사건이나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전에 스스로를 비판해야 했다. 사안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의견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 시점에서 취재를 접거나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는 전적으로 본인의 무능과 스스로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자 유치하기 그지없는 미성숙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임에, 진심에 진심을 거듭해 반성한다. 그리고 독자들께 그 반성에 못지않은 사죄를 드린다.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문장이라며 기자에게 말했다. “욕망은 분석적이기 보다 실천적이지만, 삶은 이론보다 풍부하단 것”을 알고 있느냐고. 그렇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욕망엔 냉철한 분석이 결여되기 십상이지만 삶의 방식은 하나의 정해진 깨달음에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헤어지기 전 해준 이야기는 살아가면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