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명품 핸드백, 명품 시계, 고급 양복, 고가 핸드폰 등을 가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아마 고가의 명품을 소지하는 이유는 남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나아가 더 품위 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품이 높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전에 강남 터미널에서 있었던 일이다. 옷차림 등으로 보아서는 기품 있어 보이는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있었다. 마침 휴대폰이 울려서 통화를 하는데, 통화하는 말투가 욕설과 고함 투성이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론 통화하는 상대방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겠지만 옷차림과 상반되는 말투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사람들의 인격이 나타난다. 언젠가 고속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교차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승용차 때문에 사고가 날 뻔했다. 너무 위험한 순간이었기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버스 운전자가 승용차 운전자에게 욕설을 늘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버스 운전자가 차문을 열고는 승용차 운전자에게 하는 말이 “영감님, 만수무강에 지장 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성 좋다는 사람도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시정잡배처럼 변하게 되고,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사고라도 날 뻔하면 욕설까지 하는 것을 보는데 이 경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말투는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물론 대화의 내용에서 학식이나 지혜가 풍겨 나오면 더욱 좋겠지만 어쨌든 말투만으로도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고, 어느 정도의 인품을 지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속어, 비어, 욕설이 난무한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남들보다 친하다는 표시로 욕설을 섞어서 대화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심지어는 폭력배들이나 쓸 것 같은 표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도 거칠어졌나 생각하게 된다. 말투는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에 품위 있는 말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취직 시험 공부를 위해, 외국어 습득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취직에 대비해서라도 품위 있는 말투와 표준어를 구사하는 법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학원비도 들지 않고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취직 시험 공부나 외국어 학원 다니는 것 이상으로 면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직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용서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성인이 되었으며 또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 때문에 낯선 사람과 시비가 붙기도 하며, 상대에 대한 존경이 배어나는 말투 때문에 안 될 일이 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자신의 품위를 향상하기 위해, 더 나아가 여유 있고 남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품위 있는 언어생활을 하자.
 

이석종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