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룸 분장을 한 선배 개그맨 안영미가 두 명의 후배 개그맨에게 “우리 땐 안 그랬어, 이것들아”라고 호통을 치는데, 이 말이 바로 분장실 코너의 웃음 포인트이다. 코너 속에서는 선배 안영미가 우습게 풍자되고 있지만, 이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말은 손아랫사람을 둔 이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 낸다. 후배를 보는 선배, 자녀를 보는 부모, 요즘 젊은이를 바라보는 노인 등. 그들의 입이나 머리 속에서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 아닌가. 
 오는 5월 20일은 충북대신문의 창간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54년,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신문뿐만 아니라 신문사 내부에도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기자실이 원고지에 글씨 쓰는 소리로 ‘슥삭’ 거렸지만 지금은 컴퓨터 타자 소리로 ‘타닥’ 거린다. 또 더는 편집권을 위해 투쟁하는 일도 없으며, 선ㆍ후배 간의 위계가 옛날처럼 엄격하지도 않다. 과거처럼 기자들이 기자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학교를 두문불출하지도 않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서, 또는 자기 계발을 위해서 신문사를 지원하기도 하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앞선 시대에서 학생 기자로 활동했던 선배에게는 지금 후배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또 그것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모습이나 행동들에서 이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습게도 본인 역시 바로 한 기수 차이를 둔 후배에게 이런 말을 농담처럼 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신문을 만들어 가는 기자들의 고민이 그러하다. 창간 5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획을 마련하면서 기자들에게 고민을 물었다. 수습기자와 정기자가 갖는 고민들은 모두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때 똑같이 고민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목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선배에게 그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때 후배는 조금 안심이 됐다. 나를 안심시킨 선배의 조언은 결국 이 한마디였다. “우리 때도 그랬어, 이것들아”
 대학 신문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지금, 학생 기자들은 우리 신문의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런 고민은 1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있어 왔다는 점에서 후배는 힘을 얻는다. 우리 신문의 54년 동안 이어진 명맥은 이 같은 선배들의 고민을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54주년은 후배에게 더 나은 신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일종의 카운트다운 같다. 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