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일호프를 진행하는 주체는 대부분 학과의 학생회다. 그런데 일일호프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학생회 측이나 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학생들이 고민과 불만을 토로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학생회 측은, ‘행사를 하면 거의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년 해 오던 행사인데 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고민을 하고, 학생들은 ‘별로 갈 생각도 없는데 티켓을 강매해 부담도 되고 기분도 좋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이런 양 주체의 어긋난 입장 사이에서 일일호프는 ‘음주문화 조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지적까지 덧씌워져 그 존재의 의미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에 본사에서는 ‘일일호프’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지난 28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이뤄졌다.

“일일호프, 목적이 불분명 한 행사”

사회자(아래 사회) : 서은택 씨는 현재 경영대 부회장이고 작년 학과 학생회 임원이었다는데, 학생회 임원으로서 일일호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서은택(아래 서) : 사실 일일호프를 진행하다 보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학생회가 수익을 올려서 그 돈으로 회식하거나 그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리라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일호프는 학과의 단합이나 구성원들 간의 교류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그 수익금을 회식하는 데 쓴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범석(아래 조) : 저는 학생회 임원이 아닌 일반 학생의 관점에서 의견을 말해 보겠습니다. 일일호프는 우선 목적 자체가 희미해졌다고 봅니다. 일일호프가 학과의 단합이나 교류를 위한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호프를 통해 그런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술’로 화합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남건호(아래 남) :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저희 과 같은 경우는 일일호프를 하지 않지만 다른 학과의 일일호프 티켓을 구매해 몇 번 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처럼 그다지 화합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유흥 위주였던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목적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일일호프 티켓을 강매하도록 한답니다. 할당량을 정해서 몇 장을 팔게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신입생들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만제(아래 김) : 티켓에 관련해 저 같은 경우도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누가 구매하라고 권유하면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전에 티켓을 사서 친구와 함께 간 적이 있는데 맥주를 마시려면 안주도 따로 주문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뭔가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업주가 아니라 학생회 주체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술도 한잔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행사를 너무 수익성 위주로 진행하려는 것 같아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 : 사실 학생회 쪽에서도 일일호프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티켓 강매 등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인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학생회를 하면서 일일호프를 주최해 보지는 않았지만 학생회를 하는 주변 사람들 사례를 봤을 때 일일호프를 ‘수익’의 목적을 갖고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적자가 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솔직히 학생회로서는 행사를 하나라도 더 해야 학생들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생회’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학과 중에는 티켓을 강매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저 역시 티켓 강매는 분명히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율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티켓 강매는 심각한 문제”

김 : ‘자율적’으로 되면 괜찮은데 대부분 강매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저희 과 같은 경우 인원이 많아서 4개 반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과대표가 아니라 각 반마다 반대표가 있습니다. 제가 신입생 때 저희 반의 반대표가 학생회에서 수십 장의 티켓을 할당받아 왔습니다. 그 반대표는 반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며 겨우 티켓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말이 좋아 자율이지 거의 강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서 :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일호프를 진행하고 나서는 적자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대표나 반대표 등 특정 학생들에게 할당량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학생회가 어렵게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접 일일호프를 주최해 본 경험이 없어 저로서 티켓 강매 등과 관련해 속 시원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사회 : 보통 학생회가 중문 업체와 계약을 해서 일일호프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회비가 아니라 티켓 판매 수익금으로 그 비용을 모두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티켓 판매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말씀이신가요?

서 :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 : 그렇게 티켓을 강매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사게 만드는 고민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무조건 유흥 위주로 특색 없고 무의미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얼마 전 영문학과 일일호프에 간 적이 있는데, 영어 문장을 이용해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서로 소개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무작정 술만 마시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학과의 특색도 살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의미 있게 여길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에 내실이 있다면 저절로 티켓 판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 : 저는 티켓 강매를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들었습니다. 제 룸메이트가 티켓을 열 장 받았다며 티켓을 사달라고 했지만 사정이 있어 사주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티켓을 하나도 못 팔아서 티켓 열 장 값 5만 원을 자기 돈으로 냈다고 합니다. 앞의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일호프를 내실 있게 보완해서 티켓을 자발적으로 사게 하는 방법도 물론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선 사례로 비춰봤을 때 일일호프 자체는 이미 존재의 의미가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라진 대학가 문화 반영해야”

사회 : 대학가의 ‘문화’가 달라진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 것인가요?

조 : 네.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술’이라는 것만으로는 더는 화합을 이야기할 수는 없게 됐다고 봅니다. 저희 학번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술자리가 더 잦았습니다.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것이죠. 하지만 요즘 후배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학생을 찾기 어렵습니다. 먹을 만큼만 마시거나,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무의미한 일일호프보다는 차라리 식당을 예약해서 밥을 먹으며 친목을 도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술’을 중심에 놓아 대학 문화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해 내는 것도 중요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 저도 학생회 임원으로서 새로운 것을 해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술 말고 구성원들의 단합을 끌어낼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경영대 학생회는 지난 4월에 ‘영화의 밤’ 행사를 진행하면서 극장표를 할인해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성별, 나이 등의 상관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소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일호프 자체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많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능하면 일일호프보다는 다른 행사를 모색해 보는 게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남 : 그렇습니다. 지금 저희는 술을 많이 마셔오던 세대와 많이 마시지 않는 세대가 모인 애매한 상황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저희 학번까지만 해도 무슨 행사를 하든지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일호프’처럼 매년 해 오던 대로 행사를 위한 행사를 진행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학생회든 일반 학생이든 능동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 : 토론자들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변화된 대학가의 문화를 인지하고 술이 아닌 다른 매개물을 통해 구성원들이 대화하고, 그를 바탕으로 화합을 도모하는 새로운 방식의 행사나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선 바자회나 벼룩시장, 토론회 등을 통해 ‘술’이 아닌 다른 방식의 문화를 선도해 가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무더워진 날씨 가운데 토론에 참여해 주신 토론자들께 감사를 드리며, 여기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