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고민이 없다. 더 정확히 하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취업을 하려면 학점을 따야 하고 봉사 활동도 해야 하며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고 거기다 자격증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숨이 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즘은 성격 좋고 외모까지 우수해야 한다. ‘스펙 세대’를 넘어 못하는 것 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해 신(新)세대는 ‘신(神) 세대’가 됐다. 취업을 준비하던 한 여대생은 성형수술로 제 얼굴을 잃었다. 취업을 못해 캠퍼스를 벗어나지 못하던 이는 기업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쫓다 정체성을 잃었다. 등록금을 준비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20대는 고민이 없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또 한편으로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고민은 스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잃은 20대는 스스로를 무엇이라 규정 내리지도 못한다. 그래서 사회가 20대를 정의 내렸다. 그것이 88만 원 비정규직이다.
 ‘고재열의 독설닷컴’에 ‘2009년 한국 청년 새 이름 찾기’에 참가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었다. 91년에 태어난 어린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청년들은 현 체제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현실에 순응하며 산다. 순응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현 체제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정치적인 문제에 무감각해지고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못한다면 고인 물이 썩듯 한국 사회는 퇴보하고 말 것이다(강그루/남/1991).’
 20대는 지금도 스펙 쌓기에 온갖 열정을 바치며 처절하게 살고 있다. 꿈을 향한 열정이 아니기에 그것은 처절한 몸부림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개개인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오로지 취업 준비에만 매달려 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엄친딸, 엄친아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아니,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다 보니 자신에 대한 고민은 물론,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20대는 지금 고민이 없다.
 얼마 전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다. 어린 친구의 말처럼 ‘고인 물 썩듯 퇴보한 사회’가 온 것일까? 충대 카페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무의미한 논박만이 오가고 있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후 수업을 진행하던 한 교수는 “서거하신 것, 알고 있긴 하냐?” 농담처럼 우리를 꼬집는다. 우리는 정치의식도 개혁하려는 의지도 없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아직 희망을 품고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다’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이런 경쟁 속에 우리를 빠뜨린 것은 물론 우리 자신이 아니다. 그러나 패배 의식에 빠져 어떤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 채로 고민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루저(loser) 세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