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학 교수 유영갑
 
텔레비전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은 ‘재미’라는 요소를 가지고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재미는 강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주제에 몰입하도록 하는 요소이다. 교육에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움직임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education + entertainment))라는 합성어로 수 년 전부터 교육시장에서 사용되어 왔다. 이 용어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컴퓨터 게임 같은 수단이 학습의 몰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기기의 출현과 정보통신망의 보급은 ‘재미’라는 요소를 교육의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시켰다.
이야기 줄거리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컴퓨터 게임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재미요소이다. 재미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에 의하여 더욱 자극적이고 호소력이 있게 된다. 여러 학기에 걸쳐 이수하는 전자정보공학 실험 내용이 자연스러운 이야기 줄거리가 된다면 텔레비전 드라마나 컴퓨터 게임에서와 같은 재미를 줄 것이다. 이런 이야기 중심의 실습과정은 인지적인 활동을 주로 다루는 좌뇌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작용을 담당하는 우뇌까지 동원하게 되어 훨씬 더 강력한 인식과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전자정보대학의 실험주제들은 이야기 줄거리로 엮여서 시스템 개발과정으로 만들어졌다. 로드런너(Road Runner)라고 이름 붙여진 실험 시스템은 2학년에서 실험장치의 기반을 조립한 후에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기술적 난도가 높은 주제를 수용하여 새로운 실험 결과물로 쌓여진다. 학생들 자신의 아이디어를 학기 별 실험 내역에 맞추어 구상하고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존의 실험과정이 정해진 주제를 정해진 실험순서에 따라가는 것이라면, 새로운 시스템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줄거리에 따라 실험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으로 개선된 것이다. 학생마다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실험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기존의 실험과는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 학생들의 실험태도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원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내고, 필요한 조언을 담당교수진에게서 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며, 결과물을 문서화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실습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기본 원리와 이론의 통일, 구현 단계별 구체화의 과정을 학생 별로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구현되는 시스템이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다면 학부 학생들에게 열정적인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의 혁명은 대학의 실험조차 재미와 학습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야기 줄거리에 따라 열린 두뇌 기능을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는 실험과정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학습자들이 상상력과 목표의식을 갖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에듀테인먼트 시스템이 주로 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과정에서 게임 중독에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새로 도입한 시스템은 중독성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전자정보대학이 개발한 로드런너는 재미와 교육을 결합하여 학생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작업에 몰입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