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은전 한 닢’을 보면 거지가 여러 전장(錢莊:돈을 바꾸는 집)을 돌아다니면 은전이 맞는지 물어 보고 다닌다. 이 은전은 여섯 달에 걸쳐 푼푼히 모은 돈으로 얻은 것이다. 거지는 왜 은전 한 닢을 갖길 원한 것일까?
거지는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고 답한다. 이 말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물질에 대한 맹목적 소유욕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볼 문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휘발성 만남, 즉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게 되는 수많은 대인관계에 관한 것이다. 정신적 내면보다는 물질에 의한 화려한 외향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권위나 경제적 부를 과시하는 것으로 외향을 치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욕망에 대한 연민이다. 욕망은 가진 자를 불쌍히 여기는 미묘한 감정이라는 연민으로 드러난다. 거지는 은전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면서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불안감과 초조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소유한 물질에 대한 애착을 잘 묘사한다. 개인의 재산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다. 우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 우리를 감시하기 위한 것인가? 역설적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사회가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자유를 잃고 있다.
거지는 전장(錢莊)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허름한 행색에 비해 큰 돈을 가지고 있어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의 숨은 뜻은 소외계층을 무시하는 세상의 야박한 인심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지방 공무원이 소외계층에게 갈 복지 자금 1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복지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도 관서에 항의 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의 여린 마음과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지 않는 행정 기관의 무관심을 교묘히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빌리지 아니 한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다. 자신의 소유물에 의해 정작 주인인 자신이 얽매이는 주객전도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가끔은 무소유의 정신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을 통해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혀 보았으면 한다.








조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