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수습기자

작년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를 기억하는가? 선거관리 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무관심한 선거 관리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진 총학선거 말이다. ‘한 단대에서 1인이 두 번 이상 투표하는 중복투표 시행이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부정선거 진상조사 촉구 대책위원회(이하 진상촉구위원회)>가 발기되어 지방 유력지에 기사로까지 보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로 인해 캠퍼스는 한때 나쁜 의미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전례 없던 부정선거 의혹은 점차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지만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투표는 1인 1투표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민주사회 선거 방식에 익숙한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원칙이기도 하다. 이를 명시한 것이 선거시행세칙이라는 것인데 이것을 기본으로 입후보자의 등록부터 개표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 진행하는 일을 선관위가 한다. 우리 학교는 선관위를 현 학생회에 일임한다. 이는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관행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부정선거 의혹의 전례가 있다. 그 부정선거의 진위여부를 떠나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의 선거 참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만약 그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한번 투표를 하고나서 또 한 번의 투표를 했더라도 참관인은 그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그 당시에 진상촉구위원회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선관위에게 선거명부 제공을 요구했을 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부정선거가 일어났었다 한들 이미 투표가 끝난 후에는 그에 대한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한 학생이 투표를 했다는 증거는 선거명부에만 남아있을 뿐, 참관인이 그에 대해 일일이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떠한 일이 닥치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과거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지고 뒤끝 있는 선거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심려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또한 현 학생회가 선관위로서 선거를 주도한다. 이미 선거는 시작되었고, 입후보한 선본은 당선되기 위해 유세를 펼치고 있다. 모든 것이 작년과 동일하지만 하나만큼은 작년과 동일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다. 바로 선관위의 안이한 선거 관리이다. 이번 선거는 작년의 사건을 교훈삼아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가 되도록 여러 방면에서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아직 반사회인인 대학생의 선거문화가 사회의 그것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