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부가 11월 28일에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은 기업의 민영화를 비롯해 통폐합, 기능 조정,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공기업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한편 가스, 철도, 사회보험노조 등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과 구조조정, 노조탄압에 반발하여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충북대신문사는 또다시 붉어지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논란에 대해, ‘공기업 민영화,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토론은 지난 24일 충북대신문사 기자실에서 이루어졌으며,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공기업의 성격

사회자(이하 사회): ‘공기업 민영화,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 토론자들의 입론을 들어보겠습니다.

정지현(이하 지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자유를 극대화시켜야 정부 개입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 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 내의 유사업무, 중복투자, 방만경영, 도덕적해이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안소진(이하 소진): 저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단순히 높은 경쟁력과 이익창출을 위한 도구로 쓰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을 만든 이유는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입니다. 즉, 국민의 복지와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분야에 공기업을 만든 것인데, 공기업이 민영화 된다면 국민 복지가 질적으로 저하될 것입니다.

구슬: 공기업이란 정부에서 출자한 법인회사를 말합니다. 공기업은 직접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설립 이유 중 하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 조달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이 되면 우리나라 10대 공기업의 부채가 302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훨씬 웃도는 부채를 감당하면서까지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지혜(이하 지혜):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공기업이 탄생한 배경은 정부가 행정 기능 외에 이익을 내야하는 사업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기업의 직접적인 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생산이나 서비스에 있고, 실업대책과 같은 사회정책적인 목적 사업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는 250여개의 공기업을 대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공기업이 민영화 된다면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게 됩니다.

공기업 민영화 사례와 실익

사회: 공기업이 민영화된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소진: 미국은 건강보험이 민영화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분야가 상당히 한정적이어서 미국 시민들은 병원에 며칠 입원하기도 겁이 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특히 전기, 상수도, 가스 분야가 민영화될 경우 공공요금의 인상으로 서민가계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구슬: 안소진 토론자께선 공기업이 민영화된다면 무조건적으로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 하셨는데, 어디에도 그 근거는 없다는 점과 여러 기업이 한 분야에 대해 경쟁하게 된다면 오히려 이용요금이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공기업이 민영화된 후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가격이 올라갔다는 사실은 인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이탈리아의 수도 사업 민영화 사례를 보면, 수도 사업이 민영화되면서 여러 사기업의 경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상승하고, 수도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어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고 합니다. 이는 기업 간의 경쟁이 곧 품질 향상과 요금 인하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구슬: 하지만 한국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민영화된 몇몇의 기업들이 국민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매각수익은 KT가 12조 6천 99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KT&G 3조 513억 원, 포스코 2조 7천 801억 원, 두산중공업 4천 290억 원으로 상당한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규모와 매각 방식을 거친 기업들은 민영화 이후 효율성 측면에서 크든 작든 개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민영화가 해당 기업의 효율성 및 수익성 개선으로 생산성이 증가되었음을 뜻합니다.

소진: 말씀하신 사례들은 모두 2000년 이후에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영화된 지 10년이 채 안된 기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 싶고, 조금 더 지켜봐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혜: 덧붙이자면 미국 외에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의 여러 국가가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고, 실패한 사례가 대다수입니다. 성공한 사례만을 들어 모든 기업의 민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것입니다.

지현: 같은 논리로 실패 사례를 들어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되겠죠. 이번엔 포스코의 성공적 민영화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시비나 헐값 매각과 같은 비판이 포스코와는 거리가 멀었는데요. 정부는 포스코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철강이라는 특정 소재산업이 특정 세력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인 소유한도를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특정 대주주 없이 주식이 골고루 분산되었고, 민영화 후에 동일인 소유한도가 폐지됐지만 기업 지배를 위한 지분 대량매집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즉, 포스코와 같이 정부 주도하에 일정 제한을 두고 민영화를 실시한다면 민영화를 하면서 수반되는 폐단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공기업의 관료제적 성격, 민영화 후의 실업문제

사회: 공기업이 민영화 된 후에는 어떤 현상들이 발생하게 됩니까?

소진: 공기업이 사기업이 되면 맨 먼저 인력 재정비를 실시하게 됩니다. 즉, 기업의 사장을 사기업에서 임명하고 나머지 중역들이 교체됩니다. 또한 구조조정이 일어나 쓸모없는 부서는 없어지고 해당 부서 직원은 해고됩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결국 이익창출에 필요한 인력만이 남게 되므로 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구슬: 저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민영화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기업이 사기업보다 방만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관료제적 성격과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민영화를 하게 되면 적절히 경쟁을 유도하여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현: 맞습니다. 본질은 관료주의입니다. 공기업들을 소유한 정부가 관료제에 따라 움직이므로 공기업도 필연적으로 관료주의를 따르게 됩니다. 공기업의 문제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오지만 근본적 원인은 모든 공기업에 자리 잡은 관료주의적 풍토 때문입니다.

지혜: 우리나라 공기업이 관료제적 성격을 띤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기업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관료제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공기업 내부에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정치적 압력이나 정부 정책에 의한 인사이동 또는 충원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찬성 측 토론자 분들께서 경쟁력 향상을 이유로 민영화의 필요성을 논하시는데, 같은 성격의 공기업이 공존함으로써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과 같이 금융이라는 하나의 분야에 여러 공기업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소진: 결론적으로 일방적인 민영화보다는 공기업 내부의 구조조정 및 성과급 제도를 도입시켜 지금의 공기업이 안고 있는 폐단과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구슬: 찬성 측도 무조건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업의 특성과 주변상황 등을 고려하여 민영화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민영화를 한 후에도 서민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수도, 전기 등은 사기업이 독과점을 하지 못하게 법적으로 규제해야하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지현: 네. 그렇습니다. 신중한 검토와 제도 보완이 우선되어야겠죠.

지혜: 앞으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 있더라도 100% 민영화가 아니라 일부만을 민영화 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 찬성 측에서는 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이유로 공기업 민영화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고, 반대 측에서는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국민 복지, 그리고 민영화 후의 실업문제 등을 이유로 민영화에 반대하셨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기업의 관료제적 성격으로 인한 폐단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민영화에 대해 일방적인 찬성, 반대보다는 국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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