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확신이 들지 않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카더라’라는 표현을 잠시 빌려 쓰기로 한다. 새해가 밝고 신학기가 시작되면 누가 총장에 출마하고 누가누가 그의 참모라 카더라, 새싹이 파릇하게 솟아오르면 앞을 다투어 끼리끼리 공을 두드리며 대학의 과제와 비전을 공유하는 척 한다 카더라, 시간이 지나 잔디가 메마르면 속속 음식점과 술집으로 발길을 옮겨 우리가 이겼노라고 천하를 호령한다 카더라, 그리고 받은 향응과 이해관계에 따라 의리는 꼭 지킨다 카더라. 선거가 끝나면 서로를 불신하며 또다시 해빙을 기다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안팎에서는 ‘대학의 자치 무능력’을 이유로 간선제를 수용하자는 입장도 설득력을 얻어가는 모양이다. 
  이러한 선거풍토가 아주 작은 부분에서나마 사실이더라도 후보자가 이익이나 향응을 제공했거나 하기로 약속했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무효가 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 교수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자그마한 시의 시의원이 당선을 위해 노인정에 설렁탕이나 소액의 돈 봉투를 돌리다가 당선무효가 된 사례도 허다하다. 총장선거는 이 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들고 있는 행위를 선거운동의 방법으로 이용했다면 이 즈음에서는 최소한 준법정신이나 절차적 정당성 정도는 가벼이 여기는 사람으로 간주해도 좋을 듯하다. 반복되는 폐습을 단절시키기 위해 총장에 당선되더라도 삭탈관직(削奪官職)하여 법규범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대학자치의 숭고함이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학 총장의 덕목이 학식과 도덕성을 갖춘 선비형 모델에서 돈 잘 모으고 경영 잘하는 CEO형 모델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전자가 결여되어서는 구성원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물론 무한경쟁의 궤도에 올라 있는 현실적 긴박감이 새롭게 선출될 총장에게 강력한 외부적 교섭력을 요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전 있는 리더십, 효율적인 경영논리, 발전기금의 모금역량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최근 총장이 주도한 혁신바람이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을 크게 드높인 모 거점국립대학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총장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명석하고, 포용력 있고, 대외적 교섭력 강하고, 돈 잘 끌어오는 총장을 뽑아야 하고, 총장은 이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스스로 차기 총장이 거리낌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불법을 경계해야 하고, 후보자 역시 이들의 합리적 이성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부패집단’이라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