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과거 30여 년 동안 많이 변했다. 변한 모습에는 전통과 변화가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켜야할 과거 전통의 가치를 잘 보존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도전에 부응하면서 지금 우리대학의 모습이 갖추어졌고,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배어 있었으며 이 변화의 절대 요소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 우리대학의 화두는 9대 총장선거가 아닐까? 어떤 인물들이 입후보하고, 그들이 우리대학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우리 구성원들이 밥을 먹다가, 술 한 잔 하다가, 친구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다가 늘 화제의 중심으로 옮겨간다. 복잡한 대화 속에서 선거의 후보자와 연관된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그의 당선이 우리대학의 변화와 발전에 틀림없이 기여할 것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한 후보자와 관계가 소원한 사람은 “그 사람 누구야? 뭘 했어? 그 사람이 그럴 능력이 있어?”라는 식의 거북한 질문을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양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입장이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살아온 우리들에게 지지와 반대는 필연적인 것이니까!
허나 우리대학 60 성상을 지켜온 나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 나이테 한 줄 한 줄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곡절, 회한, 기쁨, 분노가 응어리져 이루어진 것임을, 그리고 앞으로 시련과 고통이 그들에게 짙은 나이테를 하나 둘 보태줄 것임을. 그러니 4년의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닌 우리대학의 역사에 나이테 하나를 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이테가 발전과 희망의 나이테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니 조급함을 떨치고 긴 안목에서 훌륭한 총장의 출현을 기다리자. 아니 그 총장이 훌륭한 총장이 되도록 서로 돕자. 사안별 충돌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거시적 비전과 대의명분만은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자.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이 변화와 발전이 있다고 느끼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느낌과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변화와 발전이 우리의 이상에 가까운 것이길 희망한다. 차기 선거에서 선출될 새로운 총장은 나만이 발전과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구성원 모두가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 있고, 우리 모두가 변화와 발전을 희망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총장은 스스로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에니지를 하나로 뭉치고, 갈등과 분기(分岐)를 융합하는 촉매제가 될 때 비로소 소통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우리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 총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불협화음은 점차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새 총장을 맞이하고 떠날 때 박수 받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