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는 이른바 ‘생활관 사태’로 인해 일대 혼란에 빠져있다. 그 이유인 즉, 2010년도 1학기 생활관생을 신입생 위주로 뽑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1면) 신청한 재학생 중 상당수가 생활관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 파장은 재학생들의 적잖은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생활관 측이 추가모집 과정에서 신입생을 일부 제외시키고 그 자리에 재학생을 추가로 선발함으로써 조금은 수그러진 분위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활관생을 뽑는데 있어 신입생과 재학생의 비율은 일정한 선에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올해 돌연 생활관 측은 2010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신입생 생활관 신청 시 100% 선발’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신입생을 끌어 모았다.

학생 생활관은 1984년 ‘외지에서 온 학생을 위한 복지시설로서 생활편의 제공은 물론, 면학분위기를 조성하여 건전하고 유익한 사회인을 육성 한다’는 취지로 개관하였다. 그러나 현재 생활관 문제는 그 취지의 대상에서 재학생을 배제하였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떠나 일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번 일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던 요인 중 하나가 생활관 홈페이지에 조차 재학생들에게 공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보았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황당함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언제나 자신이 사는 환경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할 뿐이다.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생활관 불합격 소식을 받아야 했고, 그들의 부모님들은 아무런 준비도 못한 채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주거비에 적잖이 한숨 쉬어야 했다. 그리고 생활관 선발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개강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도 학교 주변에서 자취나 하숙할 집을 구하려고 뛰어다니고 있다.

생활관 측은 신입생의 등록률 충족을 위해서라고 애써 변명한다. 하지만 지방거점국립대인 충북대학교의 위상이 생활관을 조건으로 하지 않으면 신입생들이 등록 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한 ‘등록금 동결’, ‘학자금 상환제’와 같은 대학생 장려정책이 속속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흐름에 역행하여 대학의 위신만을 세우려는 안이한 생각이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학업에 매진하려는 일부 재학생들의 가슴에 불신을 심어 준 셈이다.

지난 2월 16일자 <한국일보>기사에서 서울의 모 대학이 이번 1학기부터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생활관을 개방한다고 전했다. 생활관이 남아돌아서 한 일은 아닐터. 재학생은 물론 취업난에 허덕이는 졸업생에게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이 내심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