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평일 11시 반에서 1시 사이의 신학생회관 식당은 전쟁터다. 식권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부터 밥 먹고 부리나케 나가는 사람들 중 어느 하나 여유로워 보이는 이 없다. 마치 사회가 미리 구축해 놓은 취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힌 대학생들의 현실처럼 말이다. 이러한 숨 막히는 분위기에 이제 갓 입학한 10학번 새내기들이 동승하려고 한다.
 동의대 학생상담센터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총 3729명에게 물어본 결과 ‘입학 이후의 고민거리’에 대해서는 35.8%가 학비문제, ‘가정 내 고민거리’에 대해서 43.6%가 경제적 문제라고 답변했고, ‘대학생활 중 가장 하고 싶은 일’로는 17.1%가 전공 공부를 꼽았다. 그런데 다양한 답변 중 취업 문제를 벌써부터 고민하고 나서는 이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 보도기사에서 ‘대학생활 중 하고 싶은 일’과 ‘입학 이후의 고민거리’에 대해서 각각 14.4%와 13.4%의 학생이 취업 문제라고 답했다. 동의대 학생상담센터 관계자는 극심한 취업난에 신입생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한다고 밝혔다. 적잖이 충격적이고 한편으론 아쉬움이 묻어나는 이 기사를 보고 작년에 알게 된 후배가 생각났다. 그 후배는 09학번인 ‘신입생’이었지만 취업을 목표로 여름부터 토익공부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준비를 하더라.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취업은 중요한 것이고, 요즘 대학이 ‘취업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생의 최대 관심사이긴 하다. 그렇지만 11월의 전쟁 같던 수능을 치룬지 만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취업 경쟁 속에 스스로 뛰어들으려 하는 모습은 말리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다. 그들에게는 대학 초년생마저도 스펙을 쌓거나 토익공부에 매진하게 만드는 사회를 원망할 시간조차 없어 보인다. 분명히 우리학교 내에도 취업 때문에 미리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입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영어권 속담에 “Go slow to go fast(빨리가기 위해 천천히 가라)”라는 말이 있다. 이제까지 대학이라는 목표를 두고 쉼 없이 달려온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마음의 휴식을 주자. 어머니의 잔소리가 되어 버린 “고등학교 때 못했던 것들은 대학교 가면 다 할 수 있어”란 말을 이제는 실행해 옮길 때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라. 항상 기대해 오던 캠퍼스의 낭만을 마음껏 누려라. 그렇게 지쳐 버린 정신을 가다듬고 느긋하게 꿈을 바라보라. 그러다 보면 학사모를 쓸 때 쯤 대학생활다운 대학생활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게 교정을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두르지 말아라. 서두르면 금방 지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