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책상에 앉아 창밖을 내어다보면 농대 중앙 잔디밭이 내려다 보인다. 예년 같으면 벌써 파래졌어야 할 잔디밭이 올해는 이상 기후 탓인지 이제야 겨우 푸릇푸릇해지고 있다. 이상 기후는 잔디밭뿐만 아니라 농작물의 생육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일찍 꽃이 피는 배, 복숭아, 자두와 같은 과실수는 아주 심한 냉해를 입었다고 하니, 시름에 잠겨있을 농민들 생각에 변화무쌍한 기후가 미워진다. 어제는 천안함 용사들의 영결식이 있었다.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졌다. 요즈음은 왠지 가슴펴고 큰 소리로 웃어볼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졸업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수님”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가 어찌나 그리운지...... 나도 이제 나이 들어가나 보다. 느닷없이 걸려온 제자 전화 속에서 정답게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 감동하는 것을 보면...... 왠 일이냐고 되묻는 내 질문에 그 친구는 회사 실험실에서 실험하다가 생각이 나서 전화한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5월 15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졸업한 친구들과 같이 찾아오겠다고 한다. “고맙다. 항상 생각해주며 전화 연락 해줘서......” 마음 속으로 늘 고맙게 생각하는 친구다. 석사 졸업할 때도 항상 바쁜 잔무에 허덕이는 날 더 생각했던 친구다. 졸업하고 취직해서도 눈이 많이 온 날은 출근하며 찍은 회사주변의 눈 쌓인 풍경을 휴대폰 메시지로 보내주며 안부를 물어주던 친구다. 그 친구 회사 책임자를 사석에서 만나면 항상 칭찬이 떠나지 않아서 그냥 내 가슴을 뿌듯하게 해주는 그런 친구다.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생각해보면 난 그 제자에게 감사하는 내 마음의 표현을 다 하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 교회 부흥회에 오셨던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감사는 먼저 마음으로 하고, 입으로 하고, 그리고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내 자신 스스로가 감사해야할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는 감사하고 있지만, 입으로는 그보다 적게, 그리고 몸으로는 더 적게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내가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다면, 짧게나마 시간을 내어 내게 전화해준 제자처럼 시간을 내서 내 감사의 마음을 입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5월 달에 찾아온다는 그 제자들처럼 감사의 마음을 몸으로 표현해야겠다.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많은 분들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하며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5월에는 마음 속으로만이 아니라 입으로, 몸으로 그 감사를 표현하자. 그럴 수 있다면 재미없고 우울하던 생활이 더욱 활기차고 밝아질 것 같다.
  스승의 날에 찾아오겠다는 제자들을 위해서 작은 선물을 하나씩 준비해야 겠다. 교수인 내가 그들을 생각하고 챙겨주는 것보다도, 먼저 교수를 챙겨주는 고마운 제자들에게 올해는 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해야겠다.